김호기
◇68년 한양대 요업공학과 졸업
◇74년 독일 Erlangen대 재료공학 석사
◇79년 독일 Erlangen대 재료공학 박사
◇83년∼현재 KAIST 재료공학과 교수
◇89년∼현재 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 이사
캠코더와 워크맨 등 휴대형 전자기기 등장과 노트북 PC 및 이동전화 보급이 확대되면서 2차전지산업이 정보통신 분야 핵심부품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2차전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함께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그 자리를 굳히고 있고 2005년경 세계시장 규모가 1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차전지중 현재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가장 무게가 가벼운 리튬 2차전지다.
지난 1992년 일본 소니사가 개발, 생산하기 시작한 리튬 2차전지는 소형 2차전지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니카드(NiCd)전지 등 기존 2차전지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나가고 있다.
리튬 2차전지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전지의 용량을 결정하는 부분은 양극재료다. 양극재료는 전해질에 대해 화학적으로 안정성을 가져야 하며 충방전시 가역특성이 좋아야 한다. 또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면서도 충전과 방전시 부피의 변화가 크지 않아야 한다.
이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주로 전이금속산화물로 LiCoO₂, LiNiO₂, LiMn₂O₄, LiNilXCoXO₂, LiNiO₂ 등이 있다. 이중 합성이 용이하고 전위변화가 완만하며 전도성이 우수한 LiCoO₂가 리튬 2차전지의 양극재료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LiCoO₂보다 부피당 방전용량이 약간 작지만 가격이 저렴한 LiMn₂O₄를 사용한 제품도 생산되고 있다. 또 합성이 까다롭고 열안정성 등에서 문제가 되기는하나 부피당 방전용량이 LiCoO₂보다 30%정도 큰 LiNiO₂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LiNi1XCoXO₂, 저온 LiMnO₂, 비결정 형태의 차세대 양극재료들도 적극 연구되고 있다.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한 정극 물질인 LiCoO₂는 산소이온이 육방밀집쌓기를 하고 그 층의 위와 아래 틈새를 Co와 Li이온이 점유하는 층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론용량은 274mAh/g이지만 실제용량은 140mAh/g 정도를 나타내며 우수한 충방전 가역성을 지니고 있다. 이론 에너지 밀도는 1070wh/㎏이며 평균 작동전압은 3.9V의 비교적 높은 값을 가지는 우수한 전기화학적 특성을 지녔다. LiCoO₂ 다른 장점은 전기전도도가 크므로 도전제의 함량이 작고 충방전시 전위가 완만하여 산화물의 합성이 쉽다는 점이다. 이밖에 층상 구조를 가지므로 Li이온이 구조 내로 들어가고 나갈 때의 확산이 용이하다.
단점으로는 Co의 가격이 매우 비싸고 인체에 유해하며 고온에서 구조의 열적 불안정성으로 격자 산소가 이탈하여 결정구조의 분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정극 물질의 후보 중에서 LiCoO₂가 가장 먼저 실용화된 이유로서는 가장 초반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점과 고용량, 고에너지 밀도, 뛰어난 전력공급속도, 낮은 자가방전량, 뛰어난 충방전 가역성 등의 특성, 물질 제조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가장 기초적인 분말 제조법인 고상반응법만으로도 충분히 뛰어난 특성의 정극 재료용 LiCoO₂를 제조할 수 있었으므로 상용화용 정극 재료로 선택됐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에 의해서 LiCoO₂는 여러 리튬2차전지 제조회사에서 채택한 정극 물질이 되었으며 현재 시판되는 1세대 리튬이온 전지의 정극 물질로 쓰이고 있다.
초창기 LiCoO₂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고상반응법을 통해서 보다 나은 특성의 분말을 얻는데 집중됐다. 최근에는 졸겔법과 같은 저온 액상반응법 등으로 극도로 미세하고 순수한 결정질의 분말을 낮은 온도에서 얻는 것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금속원소를 Co의 위치에 치환해 보다 나은 충방전 가역성을 얻어내는 연구와 Co와 Ni이 Co자리에 1/2씩 존재하는 LiCo1/2Ni1/2O₂를 제조하여 용량을 높이는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또 LiCoO₂의 단점인 비싼 가격과 적은 매장량 그리고 큰 용량값 때문에 대체물질에 대한 추가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LiCoO₂를 대체하기 위해 지금까지 보고된 물질로는 LiNiO₂, LiMn₂O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LiCoO₂의 대체에 대한 노력은 Co의 한계 매장량과 고가격의 해결을 위한 것에서 기인한다. 여기에서는 앞으로 실용화 가능성이 큰 LiNiO₂와 LiMn₂O₄를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LiNiO₂는 LiCoO₂와 같은 결정구조를 가지며 거의 같은 이론용량으로 274mAh/g이지만 실제용량은 190mAh/g 이상으로 높은 용량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동전압이 3.5V정도로 적절한 영역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전해질의 선택이 가능하다. 또 Co에 비해 한계 매장량이 크며 가격도 저렴해 LiCoO₂로 대체하고자 하는 연구가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초기 LiNiO₂의 연구에서 구조의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에 리튬의 휘발이 발생하여 과전압이 크고, 방전용량이 불충분하게 나타나는 단점이 제기되었으며 이러한 이유로 LiNiO₂는 제조가 어렵다고 한다.
또한 LiCoO₂의 단점으로 제기되고 있는 열적안정성(Thermal Stability)이 낮다는 것은 같은 결정구조를 가지는 LiNiO₂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러한 열적 안정성의 낮음은 다양한 보호회로를 요구하며 이로 인한 비용의 증대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먼저 구조의 불안정성에 기인한 제조의 어려움에 대한 연구는 반응성이 좋은 출발원료로 짧은 시간, 저온소성을 취하거나 산소분위기 조절 및 과량의 리튬염을 첨가하거나 Ni 대신에 다양한 원소의 치환에 의하여 극복하고자 진행되고 있다.
짧은 시간, 저온소성에 의한 연구는 액상법을 기초로 졸겔(SolGel), 이멀전드라잉(Emulsion Drying), 스프레이드라잉(Spray Drying), 페치니프로세스(Pechini Process) 등 다양한 제조법이 이용되고 있으며 제조시 산소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은 어느 공정에서나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리튬염을 과량으로 첨가하여 반응시키고 반응하지 않은 물질은 용매로 용해시켜 제거시키는 연구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LiNiO₂는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제조의 어려움이 극복된다면 열적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LiCoO₂와 리튬2차전지 제조 공정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활용이 용이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고용량을 요구하는 시장에서는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차세대 양극재료로 거론되는 것은 LiMn₂O₄다.
재료비가 Co계의 양극재에 비해 저가라는 이점이 있다. 용량은 Co계에 비해 10% 정도 작으나 가격은 약 4분의 1 수준이고 안정성이 뛰어난 반면 고온에서 수명 특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앞으로의 휴대폰 전지 개발이 점차 소형화되는 경향을 감안하면 10% 정도의 용량 차이는 근소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고온에서 수명 특성이 감소하는 현상을 억제하기 위하여 국내 전지 제조업체인 삼성전관 등에서는 금속분말의 코팅을 통하여 전지성능의 감소를 최소화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Mn계 재료를 채택한 리튬이온 전지는 캐나다 몰리에너지사에 의해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으나 아직은 용량이 적어 Co계의 리튬이온 전지와 직접 경쟁은 힘든 상태다. 그러나 향후 전기자동차 등에 채택될 대형 전지의 경우, 양극 재료의 가격 및 고용량화에 따른 안전성 확보 등을 고려하면 Mn계의 양극재가 가장 유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리튬 2차전지를 양산중이거나 양산계획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LG화학, 삼성SDI, SKC, 서통 등 여러 곳이 있으나 양극 재료용 분말과 같은 대부분의 원재료 등은 아직 국산화를 이루지 못하고 대부분 일본 등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내의 리튬2차전지 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지 제조기술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원료 분말과 같은 원재료의 국산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양극 재료에 국내 전지업체와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되는 이유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2차전지의 원천기술과 노하우 확보가 일본 등의 전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고 기초소재, 화학 분야의 기술력이 뒤떨어져 있는 데다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기업들이 기술 이전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Co계의 제조에 관한 원천특허를 피하기가 힘들어 앞으로 기술사용 후 10% 이상을 계속 로열티로 지불해야 될 것이다.
Mn계 재료도 전지 선진국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Co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기술개발에 참여하여 선진국과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상호조약)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전지업체들은 Mn계 재료나 차세대 양극재료의 기술개발보다는 일본 등에서 재료를 수입하여 조립하는 라인의 안정화에 더욱 치중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 일부 벤처기업과 대학의 연구진이 Co계의 국산화와 Mn계의 기반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전지기술의 확보는 1∼2년의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기술개발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므로 국가나 전지생산업체들의 대폭적인 지원책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21세기에 전지기술을 리드하는 기술 확보를 위해서 국가적으로 차세대 양극재료의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