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특별기획> 밀레니엄 대예측 21 (19); 휴먼로봇

 지난 77년 조지 루카스 감독의 영화 「스타워즈」가 개봉됐을 때 관객들은 로봇 콤비 「R2­D2」와 「C3PO」가 주었던 즐거움을 기억한다. 이어 20여년이 지난 최근 관객들은 또 다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NDR­114(일명 앤드루)를 보면서 감동한다. 인간화한 앤드루의 시작점이 C3PO일 수도 있다는 연계성은 차치하고라도 관객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앤드루에게 애정을 느끼는 것이다.

 21세기 최대 화두는 단연코 「로봇」이다. 과학자들은 20세기 후반을 인터넷이 장식해 왔다면 다가오는 21세기 전반기는 로봇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처럼 판단하고 인간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휴먼로봇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휴먼로봇이 영화에서 가장 흔한 캐릭터 가운데 하나가 되는 현상이 휴먼로봇에 대한 관심 증가를 시사한다.

 휴먼로봇은 컴퓨터·전자·정밀기계·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의 결합체. 따라서 휴먼로봇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가 전세계적으로 첨단기술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모양은 물론 기능이 인간과 유사한 휴먼로봇은 감정 및 판단기능을 갖는 지능이 필수 조건이다. 임무는 인간을 위한 서비스다. 고압선 작업 등 위험한 건설 현장, 방사능 오염지역 등 재해지역, 깊은 바닷속과 같이 인간의 손길이 도저히 미칠 수 없는 지역에서 인간을 대신한다. 또 불편한 사람을 도와주는 의료용·장애자용·가사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

 오는 21세기 중반이면 로봇이 공장의 자동 생산라인은 물론 음식을 나르는 서비스 로봇, 심지어 전투용 로봇까지 선을 보이면서 21세기는 바야흐로 로봇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휴먼로봇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일본. 일본은 20년 전부터 인간을 닮은 로봇의 개발에 주력해 왔다. 미국의 화성탐사로봇 패스파인더도 많은 부분이 일본에서 제작됐다.

 특히 지난 96년 공개된 혼다자동차의 휴먼로봇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기술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기능을 갖고 있어 세계인들을 흥분시켰다. 자율형 인간로봇 「P2」는 180㎝의 키에 210㎏의 육중한 몸무게에도 불구하고 1분당 40m를 두발로 걸을 뿐만 아니라 공도 차고 계단을 오르며 수레도 밀었다.

 전문가들이 이 로봇을 보고 특히 놀란 부분은 크기와 무게를 대폭 줄인 제어장치와 배터리였다. 기존의 휴먼로봇이 막대한 중량과 부피로 이동능력에 한계가 있었던 반면 혼다의 휴먼로봇은 중량과 부피가 거의 사람 수준으로 축소됐고 두 다리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첨단 제어기능을 보유했다.

 이어 지난해 선보인 P3는 전세계 관계자들을 한번 더 놀라게 했다. 최신형 휴먼로봇 P3의 경우 일단 외양이 사람과 꼭 닮아 1.6m 키에 무게가 130㎏이다. 걷는 속도는 무려 시간당 2㎞(분당 33m). 평지는 물론 계단도 자유자재로 오르내린다. 평지에서는 무게 이동이 자연스러워 수레같은 것을 밀 수도 있다. 더욱이 등에 업은 배터리로 25분간을 무리 없이 활동할 수 있다.

 인간형은 아니지만 소니가 지난해 선보인 강아지 로봇 「아이보」도 첨단 기술의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보는 사람과 접촉해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놀거나 짖고 말도 할 수 있다.

 세가는 컴퓨터 강아지로봇 「푸치」를 올 상반기중 발매할 계획이다. 17㎝ 크기의 이 로봇은 빛·접촉·음향에 대한 반응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휴먼로봇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밴더빌트대학 지능로봇연구실이 개발한 로봇은 사람의 얼굴색, 손의 움직임, 몸짓, 눈동자의 움직임 등을 알아본다. 연구진은 이 로봇에 음성인식 기능이 추가될 경우 장애자 보조역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 외에 미 항공우주국(NASA)과 카네기멀론대학이 화성탐사를 목적으로 극한 작업로봇 단테를 공동 개발했고 프로보틱스사의 가정용 서비스로봇 「사이(CYE)」 역시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면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로봇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연구 진척도는 다소 느린 상황이다.

 국산 휴먼로봇 1호는 센토(Centaur). 지난 94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에 착수, 지난해 공개된 센토는 국내 로봇기술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네발 로봇인 센토는 독특한 시각기능과 자유로이 움직이는 팔·손가락으로 갖가지 묘기를 보여줘 이를 지켜보는 관계자들을 매료시켰다. 블록을 집어 쌓거나 컵의 물을 옮기기도 했다. 사람이 집어준 꽃다발을 건네받아 화병에 꽂고 사람과 호흡을 맞춰 톱질을 하기도 했다.

 비록 두발로 걷지는 못했지만 상하·좌우·회전 등 3개의 자유도를 갖고 있는 어깨관절, 상하 1개의 자유도를 가진 팔꿈치, 3개의 자유도를 갖는 손목 등 7개의 자유도를 지녀 사람의 팔과 거의 유사했다. 또 손 끝에는 촉각센서가 부착돼 있어 물건을 부드럽게 쥘 수 있을 정도로 예민했다.

 시각도 뛰어나 보통의 로봇이 레이저 센서를 이용해 거리를 판단하는 반면 센토는 인간의 눈처럼 2개의 스테레오 카메라를 장착해 삼각법에 의해 거리를 판단한다.

 그러나 센토는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인 두발 보행이 불가능했다. 더욱이 센토의 가장 큰 결점은 지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네발로 걷고 손과 발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시각정보를 인식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인간과 닮은 특징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센토처럼 지능과 고도의 유연성을 가진 휴먼로봇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일본·미국 등 4∼5개국에 불과한 실정인 데다 하나의 로봇 개발 프로젝트에 수천억원씩 들어가는 외국과 달리 5년만에 80억원이라는 비교적 적은 연구비와 인력을 들인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성과도 놀라운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휴먼로봇이 산업용 로봇이나 서비스 로봇과 달리 쓸모가 없다고 비판한다. 실제 원천기술을 개발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파생적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휴먼로봇 연구는 다소 막연한 미래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처럼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국내에서도 오는 2010년이면 두발로 걸으면서 판단력을 바탕으로 주위 환경변화를 스스로 파악해 작업방식을 자동 조절할 수 있는 인간을 닮은 로봇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