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활하는 SW산업 (3); 벤처경영

 홈네트워킹 관련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플래넷은 지난해말 벤처 캐피털리스트를 최고재정책임자(CFO)로 영입했다. 그동안 기술개발에만 힘을 쏟아왔으나 장기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자금계획이나 투자유치, 부가사업 기획력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로 CFO 영입 이후 플래넷은 15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으며 모호했던 기업 정체성과 사업비전을 명확하게 세울 수 있었다. 이 회사 김철 사장은 『이전처럼 연구개발에만 집중했더라면 이같은 성과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좋은 기술이 사장됐을 것』이라며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개인정보관리(PIMS) SW 개발업체인 엔드리스레인은 최근 패키지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인터넷 서비스와 솔루션 사업을 대폭 강화하기로 하면서 정보운영을 담당하고 있던 정재욱 이사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대신 엔지니어 출신인 이호찬 전사장은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이사로 임명하는 자리바꿈을 단행했다.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영업·마케팅 부문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기술개발만 고집하며 주먹구구식으로 기업을 운영해온 SW 벤처기업에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업 경영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마케팅과 자금운용의 중요성을 깨닫고 외부 전문인력을 영입하는가 하면 기술중심의 모기업은 R&D 기지로 남겨두고 마케팅과 서비스 중심의 신규사업은 별도법인을 통해 추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물론 이를 통해 거둬들인 매출은 다시 모기업의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한다.

 사내 벤처제도를 도입해 톡톡 튀는 사업을 구상해내고 관련부서를 분사하는 방식은 이미 일반화된 형태. 한국정보공학이 지난해 6월 검색엔진, 방화벽, XML 개발도구, 컨설팅 등 7개 사업분야를 모두 사내벤처팀 형식으로 추진하는 제도를 시행해 화제가 됐으며 지식관리·검색엔진 업체인 쓰리소프트도 하나의 부서에서 진행해온 여행 포털사이트 사업을 최근 동원창투에서 자본을 투자받아 트래블하우닷컴이라는 별도법인으로 분사했다.

 효과적인 기업경영을 위해 공동대표제를 채택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나모인터랙티브가 최근 해외부문 시장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경인양행 김흥준씨를 공동대표로 영입한 것을 비롯해 새롬정보써비스와 웹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업체인 엑스온시스템도 영업 및 관리와 기술개발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복수 대표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 정체성과 비전을 알려나가기 위해 CI작업을 추진하고 기업투자설명회(IR)에도 나서는 등 대외 이미지와 인지도 제고에도 적극적이다.

 또한 일방적인 헌신만을 강조해오던 것에서 우리사주나 스톡옵션을 통해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있는 것도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다.

 SW 벤처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장기적인 사업 비전이나 영업력, 마케팅력, 자금운용 계획 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경험에서 비롯되고 있다.

 기술개발에만 집착하다가는 오히려 해당기술을 사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벤처의 생명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조직체계상의 변화나 기술외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자금유입과 함께 국내 SW 벤처기업들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시도들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