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는 백신 소프트웨어 판매로 1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98년의 20억원에 비하면 무려 6배 가까운 매출신장을 달성한 것이다.
다른 업종에서라면 특별한 의미가 없었을 매출액 100억원 돌파가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SW, 그것도 패키지SW만으로 국내업체가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변하고 있다. 몇십억원의 매출만 올려도 매출 순위가 손가락에 꼽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상당수 업체의 매출액이 100억원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바야흐로 중소 벤처 SW업계에도 100억원대 매출시대가 열리면서 대형화 추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업체 자체의 추정실적을 근거로 할 때 지난해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기업만 해도 「아래아한글」 개발업체인 한글과컴퓨터(330억원), 그룹웨어업체인 핸디소프트(250억원),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인 라스21(250억원), 더존컨설팅(210억원), 한국하이네트(202억원) 등 6개사에 달한다.
여기에 펜타시스템, 한국정보공학, 한국컴퓨터통신 등 100억∼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기업을 포함하면 100억원 이상 매출업체가 10개사를 훨씬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업체가 상당수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IMF 체제로 얼어붙었던 기업들의 전산화 투자가 경기회복과 경쟁력 향상 노력에 영향을 받아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SW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의지가 정품 SW 사용운동 등으로 나타난 것도 SW업계 매출 확대에 큰 힘이 됐다.
이같은 환경은 올해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외부 투자유치와 전문 경영인 영입 등 새로운 경영체제로 무장한 중소·벤처 SW업계의 공격적 경영으로 매출 대형화 추세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인터넷 환경의 만개로 중소·벤처 SW업체의 활동영역이 크게 늘어나고 해외수출 물꼬가 터지면서 지난해 수십억원 이하의 매출실적을 냈던 많은 업체들도 올해는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뛰고 있다.
한 예로 개인정보관리시스템(PIMS)인 「하얀종이」 개발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이 20억원으로 다소 부진했던 엔드리스레인은 올해 신제품 출시와 인터넷 개인화 솔루션 분야 집중 투자를 통해 올해는 12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또 웹 저작도구인 「나모웹에디터」로 유명한 나모인터랙티브도 지난해 40억원이었던 매출액을 올해는 3배인 120억원으로 늘려잡고 수출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지리정보시스템(GIS) 업체인 지오윈, 검색엔진 툴 업체인 쓰리소프트, IT 컨설팅업체인 위세정보기술, 미들웨어업체인 티맥스소프트 등 상당수 업체가 올해 새롭게 100억원대 매출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이같은 매출 대형화 추세는 더욱 가속화돼 일부 업체는 올해 500억원대라는 기록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라스21이 600억원, 한글과컴퓨터가 500억원을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더존컨설팅 420억원, 핸디소프트 400억원, 한국하이네트 360억원 등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업체도 적지 않다.
중소·벤처 SW 업체의 대형화는 그러나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일부 업체가 투자유치를 위한 화려한 청사진으로 매출 목표를 늘려잡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업체의 경우 매출 목표를 채우지 못한 채 서류상으로만 매출을 꿰맞추려 할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SW업계도 매출증대에만 매달리기보다 순익증대 등 내실을 다지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부쩍 높아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