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끝없는 혁명 (43);시리즈를 마치며

 20세기는 전자(Electron)의 발견과 함께 시작된 전자산업의 시대였다. 전자산업은 지난 100년 동안 인류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20세기초 마르코니의 무선전신과 드 포리스트의 3극 진공관(Triode) 등이 결합되면서 1920년 전자산업의 시초인 라디오가 탄생됐고 이어 1930년대 텔레비전의 출현을 가져왔다.

 1940년대는 이미 불이 붙은 전자산업혁명과정에서 기름의 역할을 한 트랜지스터와 컴퓨터의 발명이 있었다. 1950년대에는 표준 규격의 컬러TV 방송의 개국과 함께 세계적으로 가전제품의 대량 소비가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이런 와중인 1959년 금성사의 진공관 라디오 생산으로부터 시작된 우리 나라 전자산업의 출발은 세계 전자산업의 기점을 미국에서 라디오 방송국이 탄생한 1920년으로 본다 해도 40년이나 뒤늦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40여년 동안 전자산업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양적·질적 성장을 거듭했다.

 이 이간동안 우리 전자산업은 양적 측면에서 세계 4대 강국으로 발돋움했고 GDP에서도 60%이상(1999년 기준)을 점하는 제1의 국가 산업으로 성장했다. 기술의 발전 측면에서도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에 비해 일부에서는 오히려 앞서는 분야가 나오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수확은 내용적으로 우리 나라의 전자산업이 세계와 시대적 흐름을 적절하게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전자정보통신산업으로 확대 발전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 나라 전자산업 태동 4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한 「끝없는 혁명­진공관 라디오에서 256MD램까지」는 바로 이런 점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보자는 의도에서였다. 나아가서는 지난 40년을 뒤돌아보며 21세기 원년으로부터 또 다른 40년의 전자산업 역사를 기약하자는 의미에서였다. 이 부분은 시리즈 첫회 「시리즈를 시작하며」의 첫 부분에서도 다음과 같이 명확히 밝힌 바 있다.

 『1959년 금성사의 진공관 라디오 생산으로 시작된 한국의 전자산업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사람의 나이로 불혹(不惑)에 접어든 한국의 전자산업은 정치적, 사회적 격동기였던 5·16에서 제3공화국 그리고 80년대 제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경제발전의 중심 축을 이뤄 왔다는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반도체, 통신, 정보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전자기술의 발전이 한국사회의 변혁과 사회구성원의 의식 변화에 미친 영향은 막대한 것이었다.

 전자산업이 그 동안의 성장 발전과정에서 터득한 경험과 가속도로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도 한국의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어졌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지나간 40년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은 새로운 40년을 기약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그 동안 우리 나라의 전자산업 관련 역사를 기술한 자료로 부분적이거나 세부 분야별로 정리된 것들은 더러 있었다. 그러나 종합사 측면에서 접근을 시도한 것은 이번의 「끝없는 혁명­진공관 라디오에서 256MD램까지」가 최초였다.

 전개 방식 또한 1960년대 산업 태동 초기부터 전자산업을 단일 분야로 보지 않고 나중에 태동하는 정보기술과 정보통신 등의 분야와 연계해서 고찰하려고 시도했다. 즉 「기술발전의 큰 틀」에서 「흐름의 역사」를 견지하려 했던 것이다. 이 같은 전개 방식은 결과적으로 전자산업이 1980년대 후반 이후 어떻게 우리 나라 경제의 근간으로 자리 잡아가게 되는가를 고찰해 보는데 매우 유효하고 적절했다.

 아울러 이번 기획 시리즈 연재를 통해 적지 않은 사료들이 발굴돼 본지를 통해 햇볕을 보게 됐던 점도 밝혀둔다.

 끝으로 지난해 2월 11일부터 모두 4부 43회에 걸쳐 연재했던 「끝없는 혁명­진공관 라디오에서 256MD램까지」의 내용을 주제별로 다시 한번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모두 8회에 걸쳐 전자의 발견에서부터 금성사의 진공관 라디오가 탄생하기 직전까지 국내외 전자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사를 총체적으로 다뤘다. 제1부에서는 특히 8·15 해방 이전 일제 강점기 동안에 성행했던 군수 기반의 전기통신 산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함께 다뤘다. 또 세계적으로 전자와 진공관의 발명, 그리고 전자산업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온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등장 과정 등은 사료를 근간으로 소상하게 다뤘다.

 제1부는 궁극적으로 이 같은 세계사적 흐름이 어떻게 우리 나라에 전파될 수 있었던가에 대한 맥락을 짚는데 초점을 두고 정리를 했다.

 주요내용 <1> 전기에서 라디오까지 <2>라디오에서 컴퓨터까지 <3>트랜지스터에서 IC까지 <4>전기통신과 개화(開化) <5>라디오방송의 개국 <6>전기공업의 발흥 <7>방송의 정착 <8>전기통신의 정착

1959년 전자산업의 태동에서 최초의 산업육성법인 전자공업진흥법이 제정되는 1960년대 말까지 10여년 동안의 사건들을 망라했다. 이 10년 동안의 기간은 40년 역사를 통틀어 우리 나라 전자산업의 토대가 닦이던 시기였다. 기술성과나 산업면에서는 초라했지만 전자산업육성정책의 방향이 정해지면서 산업계가 국제적인 흐름에 눈을 뜨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특히 1966년 그 윤곽을 드러낸 한국과학기술연구소(구 KIST)의 출범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시기 정부의 전자산업 육성정책이 결국은 5·16 군사정부의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수단으로 이용됐던 사례들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제2부는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하고 비중있게 다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내용 <1>금성사 출범과 국산 라디오 <2>5·16과 전자산업 <3>지멘스와 교환기국산화 <4>경제정책과 법규정비 <5>경제기획원과 경제개발 <6>가전산업TV국산화 <7>상공부의 활약 <8>KIST의 출범 <9>김완희(金玩熙)의 등장 <10>김완희보고서 <11>개척자 구인회(具仁會) <12>이병철(李秉喆)의 등장 <13>전자공업진흥법의 제정 <14>외국자본과 기술의 유입 <15>컴퓨터업체들의 등장

 구미공단의 출범으로 시작된 1970년대의 사건들을 13회에 걸쳐 소개했다. 1960년대 전자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포착한 정부와 산업계는 1970년대 들어 가능한 한 모든 분야에서 기술과 제품의 국산화를 시도했다. 통신산업과 컴퓨터산업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또한 대규모 공업단지(산업단지)의 건설이 이뤄졌고 수출 지상주의라는 구호가 사회 전체를 압도하던 때였다.

 특히 텔레비전 수상기와 냉장고 등 국산 전자제품들은 국내외 시장을 풍미하면서 1970년대 최대의 사건 가운데 하나였던 수출 100억달러 달성의 최고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특징은 역시 최고 통치자의 카리스마적인 산업육성의지가 모든 것을 좌우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겠다. 제3부는 전반적으로 전자산업이 비로소 반도체, 정보기술, 통신산업 등으로 분화 확대돼 간 사실적 연관 관계를 사료에 기초해서 정리했다.

 주요내용 <1>구미공단의 출범 <2>통신사업 5개년 계획 <3>전자제품수출조합의 결성 <4>중화학공업 육성계획 <5>삼성그룹의 전자산업 도전 <6>최초의 국산컴퓨터 「세종1호」 <7>한국전자기술연구소의 출범 <8>한국전자공업진흥회 <9>TV전쟁 <10>전자교환기의 도입 <11>신보호무역주의의 발호 <12>컴퓨터산업의 태동 <13>상근회장 체제의 진흥회

 「끝없는 혁명­진공관 라디오에서 256MD램까지」의 대미격인 1980년대의 사건들을 5회로 압축 정리했다. 압축 정리한 것은 사건의 당사자들이 대다수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데다 시기적으로도 객관적인 평가가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는 전자산업 발전의 디딤돌이라 할 수 있는 기술의 다양화와 고도화라는 양 축이 균형 속에서 발전을 이룬 시기였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 시기에 우리 나라 전자산업이 거둔 최대의 성과 가운데 하나는 국가기간전산망사업과 같은 정보화 사업이었다.

주요내용 <1>컬러TV시대 <2>국보위와 출연연구소통폐합 <3>삼성의 반도체산업진출 <4>정보통신기반의 확충 <5>국가기간전산망사업의 추진

이번 43회를 끝으로 「끝없는 혁명­진공관 라디오에서 256MD램까지」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그 동안 성원해주신 독자여러분 그리고 사료취재에 협조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보다 새롭고 알찬 기획물을 선보일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