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45)

 『그리고 나의 어머니는 나를 무척 아끼시지. 어머니의 희망은 오로지 나야. 나의 어머니는 전형적인 조선의 어머니상이라고 할까. 오직 아들만을 생각하며 온갖 고뇌를 이겨나가면서 사셨지. 아들이 훗날 대성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계시고, 아들의 장래를 위해 굿을 하기도 하고, 기도를 하기도 하시지.』

 송혜련이 갑자기 조용했다. 돌아보니 그녀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왜 그래? 뭐, 잘못되었나?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그렇지 않아?』

 『대부분이 그런 게 아니지예. 좀 유별난 것 같으신데, 걱정되네예.』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고부간의 갈등이 초래될 것을 예감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못을 박듯이 말했다.

 『좀 유별난 것은 사실이야. 그렇지만 이해해 주어야 해. 당신은 젊으니까, 오래 살 수 있을 것이잖아. 그러나 부모님들은 나이가 많으니 우리보다 빨리 돌아가실 것이니까, 젊은 사람들이 이해해 주어야지.』

 『오래 살고 빨리 죽는다고 어느 쪽이 이해해야 한다는 식은 말이 안되지예. 나이든 사람이 고치면 안되는 법이라도 있는가예?』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전에 알고 있으라고 하는 말이야. 그렇다고 우리와 같이 살 것도 아닌데, 나중에 두 분이 더 늙으셨을 때는 모르지만, 아직은 우리와 따로 사실 거야. 아버지는 계속 목포 바닥에서 공사를 맡아야 할 것이니 서울로 올라오시지도 않아. 부모님은 노후에 모시자고.』

 『환갑이 넘으신 것으로 아는데 이미 노후시잖아예?』

 『지금은 따로 사실 거야. 아버지는 아직도 공사판을 떠나지 못해. 돈을 버는 것은 다음이고 그 일을 떠나지 못하지.』

 송혜련은 나의 부모가 괴팍하다는 것을 알고 같이 사는 것을 노골적으로 꺼렸다. 그것은 어쩌면 오늘날 젊은 여성들의 보편적인 관념인지는 모르지만, 나로서는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부모를 모시는 문제가 대두되자 우리는 갑자기 우울해졌다. 우리라기보다 송혜련이라고 할 것이다. 나도 사실 아버지가 탐탁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기를 돌아볼 때 아버지는 정서적으로 너무 심한 위압감을 준 것이 사실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에 취해 주정을 했고, 어머니를 학대했다. 물론, 폭력을 쓰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말대꾸를 하지 않았고, 폭력을 쓸 기미가 보이면 재빨리 피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때릴 기회도 없었다. 어쨌든, 아버지는 어머니를 학대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