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가 요리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 그 내용대로 요리하고 귀가전 인터넷을 통해 집의 보일러를 켠다. 또 안방과 건넌방 간에 PC가 상호 연결돼 아버지와 아들이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벌인다.
이제 이같은 홈 네트워킹, 홈 오토메이션 시대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신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전력선 통신기술(Power Line Communication)이다. 홈 네트워킹 기술이 보편화하기 위한 전제 가운데 하나는 배선이 손쉬어야 한다는 점이다. 홈 네트워킹을 위해 배선공사를 새로 해야 한다면 많은 가정에서 이를 외면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명제 때문에 기존 가정에 포설된 전력선을 바로 이용해 홈네트워킹을 구현할 수 있는 전력선 통신기술이 강력한 홈네트워킹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력선 통신기술은 가정이나 사무실에 설치된 전력선으로 수십㎒ 이상의 고주파 통신신호를 고속으로 통신하는 것으로 저출력의 신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가전기기 작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신기술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전력은 60㎐의 교류주파수로 가전제품은 이를 전력변환기(트랜스포머)를 통해 직류로 바꿔 이용하게 된다. 여기에다 통신신호를 고주파 신호로 바꿔 전력선에 실어보내고 이를 고주파 필터를 이용, 따로 분리해 신호를 수신하는 것이 전력선 통신기술의 골자다. 물론 규약(프로토콜)을 통일해 전자기기 간에 신호처리를 통일시키는 것이 기본 전제다.
현재 상용화한 전력선 통신기술은 홈 오토메이션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 전력선 통신기술을 처음으로 상용화한 플레넷의 PLC기술은 360bps전송속도를 지원한다. 이같은 속도는 각 전자기기 간 데이터를 송수신, 안방에서 마루나 부엌의 전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에어컨을 작동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반면 PC와 PC 간의 네트워킹에는 속도가 너무 느려 부적합하다. 이같은 개념의 PLC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의 여러 업체들도 상용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미국가정으로 급속히 파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속도를 개선해 홈 오토메이션뿐만 아니라 홈네트워킹 솔루션으로 이용하자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17일 산업자원부는 한국전력, 한국전기연구소, 기인텔레콤, 서울대 자동화연구소와 함께 차세대 전력선 통신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산자부는 오는 2004년까지 5년동안 총 200억원을 투입, 10Mbps 이상의 전력선 통신기술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같은 전력선 통신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전력선을 국내 초고속 정보망의 가입자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 현재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케이블망을 이용한 고속 인터넷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저렴한 설치비용으로 자유롭게 고속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