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의 영화읽기> 13번째 전사

 투박하고 거칠지만 용기있는 13인의 외인부대. 존 맥티어넌 감독에게 거는 기대감은 「만약」이라는 상상력이 불러일으키는 무한대의 상황설정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액션에 대한 충족감이다. 작품의 완성도를 논하기에 앞서 일단 영화를 「남성적인 오락」으로 이해하는 재능을 지닌 감독이라는 점에 눈길이 쏠린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주연으로 기용한 「13번째 전사」 역시 외적인 흡인력은 약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다.

 시대극이 지닌 환상과 피비린내 나는 처절한 싸움, 엽기적인 소재에서 이국적인 배경에 이르기까지 「13번째 전사」는 스릴과 모험을 통해 「새로운 히어로」를 탄생시켜 나가는 감독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작품이다. 화려한 활극이 선보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13번째 전사는 오히려 관찰자며 기록자의 눈에 더 가깝다. 원작은 「쥬라기공원」으로 유명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1976년 소설 「시체를 먹는 사람들」. 그는 감독과 함께 제작자로 이 영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바그다드의 시인 아메드(안토니오 반데라스 분)는 유부녀와의 불륜이 발각되어 약탈과 살육이 난무하는 차가운 땅, 북구의 사절로 파견된다. 그의 옆에는 다국어를 구사하는 멜기세데(오마 샤리프 분)가 동행한다. 갖은 고생 끝에 아메드는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그들이 만나야 할 왕은 죽고 용맹한 전사 불리위프가 새로운 왕으로 즉위한다. 때마침 옆나라에서 지원군 요청이 오고 불리위프는 점괘에 따라 13명의 전사를 파견하기로 한다.

 하나, 둘 용맹스런 북구인들이 지원하고 나서지만 13번째 전사의 조건은 북구인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 하는 수 없이 아메드는 알라신에게 모든 운명을 맡기고 불리위프를 포함한 12명의 전사와 함께 전투지로 향한다. 의사소통도 안되고 생활습관마저 비위 상하게 하는 북구인 속에서 아메드는 점차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전사의 일원으로 자격을 갖춰간다.

 마침내 그들이 도착한 곳은 안개와 함께 나타났다 사라지는 괴물로 인해 이미 나라의 많은 남자들이 죽어버린 상태. 더구나 왕자는 왕과 전사들 사이를 이간질하여 남은 전투력마저 낭비하게 만든다.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시체의 머리를 가져가는 공포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 13명의 전사는 힘을 모으지만 정체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

 아메드는 곰 가죽을 눌러쓰고 죽은 괴물의 시체가 사람임을 알게 되고 13명의 전사들은 자신의 적이 사람이라는 사실에 새롭게 힘을 얻는다. 그러나 인육을 먹고 수적으로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이 집단을 박멸하기 위해선 그들의 마녀와 두목을 제거해야 한다. 13명의 전사들은 그들의 근거지를 찾아 거대한 지하동굴로 들어간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