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히트작 후속편 제작 붐

 「한번 히트작은 영원한 히트작.」

 최근 충무로에는 때아닌 속편 제작 붐이 일고 있다.

 이미 제작에 들어간 「은행나무 침대」의 속편인 「단적비연수 : 은행나무 침대2」를 비롯, 기획단계에 있는 「접속2」 「거짓말2」 「너에게 나를 보낸다2」 「쉬리2」 등을 포함하면 무려 4∼5편에 달한다. 여기에다 제작 얘기가 오가고 있는 「약속2」 「편지2」 등을 포함하면 속편 제작편수는 약 7∼8편에 이른다. 한마디로 최근 1∼2년 사이에 개봉돼 히트했거나 대중적인 관심을 끈 작품이었다면 대부분 속편 제작에 들어갔다고 할 정도다.

 속편 제작으로 비교적 성공을 거뒀던 90년대 작품을 꼽는다면 「장군의 아들」과 「투캅스」 「깡패수업」 등. 물론 70∼80년대에도 성공을 거둔 속편은 많다. 「미워도 다시한번」과 「고래사냥」 「애마부인」 시리즈는 「속편이 기획되지 않는 작품은 히트작이 아니다」는 등식을 만들어낼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이같은 움직임은 우선 시나리오의 부재라는 영화계의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1편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영화제작사들의 상술 때문이란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말 개봉됐던 「여고괴담2」다. 예상밖의 흥행을 기록했던 「여고괴담」의 속편인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암울한 교육현실 속에서 탄생한 귀신이야기」라는 1편의 콘셉트만 따왔을 뿐 시놉시스와 흐름은 전혀 별개의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그러나 1편의 제목을 차용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올 여름 개봉될 예정인 「단적비연수 : 은행나무 침대2」 역시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이라는 주제에다 1편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전생으로 거슬러 올라간 이야기지만 속편이 아닌 독립적인 영화에 가깝다.

 「깡패수업」은 최근 3편 제작이 거의 완료된 상태. 우리 영화 속편 시리즈의 맥을 잇고 있다는 평을 듣는 「깡패수업」 시리즈는 그러나 극장흥행보다는 비디오시장을 겨냥해 만들고 있다는 세인의 곱지 않은 시선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현재 기획단계인 「접속2」 「거짓말2」 「너에게 나를 보낸다2」 「쉬리2」 등도 이러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접속2」는 현재 감독과 배역 등이 전혀 결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이 작품 역시 1편의 기본적인 소재만을 채택하고 대부분의 스토리 전개는 1편과 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외설시비가 일고 있는 「거짓말」의 속편도 앞서 언급한 그같은 범주에서 탈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전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쉽게 영화를 제작하려 한다』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 영화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질 때 더 좋은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일부 제작사들이 얄팍한 상술만 앞세우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특히 영화인들은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었다는 점에서 속편제작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