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 재출범

 우여곡절 끝에 영화진흥위원회가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 재출범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27일 전체 회의를 개최하고 유길촌 위원을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하는 등 집행부 구성을 마쳤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집행위원들의 집단 사표제출과 12월 박종국 위원장의 사퇴 등으로 파국을 맞았던 영진위는 그동안의 행정공백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신임 유 위원장의 집행부는 「영진위 재출범」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과거 집행부와 전혀 다른 진영으로 짜여진 것이 특징이다. 초대 신세길 위원장, 2대 박종국 위원장 등이 이끈 과거 집행부의 경우 영화인들이 중심이 됐지만 이번 3대 집행부에는 벤처 투자전문가(김승범 한국영상투자개발 대표), 학계 인사(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상원 조교수, 이용관 중앙대 영화과 부교수), 애니메이션 전문가(이용배 계원조형예술대 애니메이션과 전임강사) 등 영상 관련 인사들이 두루 포진해 있으며 유 위원장도 MBC 프로듀서 출신의 전형적인 방송인이다.

 따라서 3대 집행부는 그동안 영화인을 중심으로 영화라는 틀 안에서 운영돼온 구태에서 벗어나 영화·방송·애니메이션·디지털콘텐츠 등 전체 영상산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유 위원장이 이끄는 영진위의 앞날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영화계 내부의 진보와 보수 인사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인협회로 대표되는 보수 성향 인사들이 문화관광부의 신임 위원 위촉과정에서 의견이 배제됐다며 반발하고 있어 유 위원장의 집행부는 출범과 동시에 또 다시 깊은 수렁에 빠질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영화인협회의 김지미 이사장과 윤일봉씨 등은 문화관광부의 위원 인선에 반발, 지난 24일 사표를 제출했으며 27일 위원장 호선을 위한 전체 회의에도 불참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