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새천년 과학기술자의 희망

 새로운 문화와 생활을 창조해 나가야 하는 새 천년이 시작되었다.

 지나간 20세기는 엄청난 과학기술 발전이 있었던 시대다. 원자력 이용은 물론이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시작된 인간의 우주항해, 그리고 정보통신과 인터넷의 발전은 전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였고, 생명공학자들은 멀지 않아 인체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질병의 근원적 치료와 산업응용을 실현하는 등 새로운 학문과 기술의 발전을 더해가고 있다.

 이제 첫걸음을 시작한 21세기는 창조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자본시대다. 과학기술은 이러한 지식자본의 근간을 이루게 될 것이며,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적고 인적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는 창의적인 과학기술이 21세기 국가경쟁력 강화의 필수조건이 될 것이다.

 필자는 과학기술자의 한 사람으로서 우수한 과학기술자들이 지속적으로 양성되고, 그들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연구여건이 갖춰져 국가경쟁력과 연계되는 우수한 연구결과들이 산출될 수 있도록 새 천년에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첫째, 과학기술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이다. 과학기술자가 왜 연구를 하는가. 그것은 마치 등산가가 산이 있기에 오르는 것과 흡사하다. 그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실험하고 연구하여 그 결과를 밝히는 것이 그들의 재능이다. 우리는 IMF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제일 먼저 연구개발 관련조직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경험했다. 정부든 민간이든 어려울 때일수록 안정되게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비로소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것이다.

 둘째, 과학기술자들의 부가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예체능인의 재능과 창조력은 문화적 부가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과학기술자들의 재능과 창조력은 부가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 할 연금도 없고 우수한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에 게재해도 이에 대한 시상금은 없다. 그뿐 아니라 연구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강조가 지나쳐 응용·개발 연구가 아니면 연구비 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연구라는 것은 과학기술자의 무한한 창의성에 기인할 때 그 부가가치가 최대로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셋째,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관련행정의 개선이다. 과학기술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과학기술지원 행정체제가 갖춰져야 과학기술자들이 형식적인 업무에서 탈피, 시간과 노력을 연구에 쏟아 부을 수 있다. 또한 과학기술자들의 의견과 수렴된 여론이 국가 통치자에게 직달될 수 있는 체제도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넷째,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연구환경의 조성이다. 과학기술자들이 경직된 연구지원체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창조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 보수적인 일본에서조차 이화학연구소는 리켄정신을 만들었다. 물리학자가 화학을 연구하고, 화학자가 물리를 연구해도 무방한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연구분위기다.

 다섯째, 과학기술자를 중시하는 사회풍토 조성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과학기술자를 우대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자들이 과학기술과 관련된 중요 의사결정시 전문성을 가지고 그 역할을 하고 있는가. 과학기술자가 단지 과학기술자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생을 후회하고 방황하게 된다면 우리는 결코 21세기 지식기반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생각을 갖고 과학기술자 개개인이 보유한 전문지식이 시너지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의 학문적 가치에의 고착에서 벗어나 항상 국가발전과 국민복지에의 환원방법을 찾는 자세로 연구개발 활동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또 시민과 함께 하는 과학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선조들이 안정적인 식생활을 해결코자 하는 첨단적인 기술이 바로 농사였던 시대에, 농부들이 하늘 아래 근본으로 여겨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21세기 과학기술 시대에는 과학기술자들이 첨단연구와 기술의 첨병이 되어 「과학기술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실현되기를 희망한다.

김정덕 한국과학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