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346)

 아버지를 떠올리면 위압감과 공포감이 든다. 유년시절과 청소년 시절에 받았던 수많은 상처들이 아물지 않은 것이다. 술에 취해서 들어온 아버지는 밤을 꼬박 새우면서 주정을 한다. 어머니가 소죽은 귀신처럼 입을 다물고 있으면 왜 말을 안 하느냐 내가 사람같이 보이지 않아서 무시하는 것이냐며 때리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어머니와 우리는 밖으로 몸을 피해야 했다. 여름 같으면 그런 대로 밖에서 밤을 새울 수도 있지만, 추운 겨울에는 고통스러웠다. 가만히 부엌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두 형제와 어머니가 밤을 지내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러한 곤욕 속에서도 아이들이 밥을 먹고 학교에 가게 하려고 새벽 일찍 밥을 지어 우리들에게 먹였다. 그때면 아버지는 코를 골고 자고 있었지만, 어느 때는 밤을 꼬박 새우면서 새벽까지 잔소리를 하였다. 옆에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혼자 소리치고 화를 내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나이가 들면서 그러한 증상은 없어졌지만, 그것은 성품이 바뀐 것이 아니라 체력이 뒤따르지 못해서였다. 너댓시간 주정을 하고 나면 힘이 부쳐서 쓰러져 잘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여도 아버지는 밤을 꼬박 새우면서 소리치고 부수고, 잔소리를 하였다. 새벽에 부엌에서 밥을 먹고 대문을 나갈 때까지 아버지가 지르는 고함 소리가 계속되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런 힘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날 밤늦게 우리는 목포에 도착했다. 오래간 만에 찾아보는 부모에게 주려고 약간의 선물을 마련했는데, 그것을 들고 기차에서 내렸다. 역 앞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고 유달산 집으로 향했다. 유달산과 그 일대의 포구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낮에 보면 약간 지저분한 분위기가 없지 않았으나, 밤에는 항구와 산자락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바다와 어울려 매우 아름다웠다. 그곳을 처음 와 보는 송혜련은 이국처럼 아름답다고 말하였다.

 『꼭 외국에 나온 기분이네예?』

 『항구라는 곳이 그렇지.』

 『저곳이 유달산이라에?』

 『그래요. 내 집은 저쪽을 돌아가면 그 아래에 있지.』

 우리는 포구 옆을 지나 다시 산길로 올라갔다. 열어놓은 차창으로 고기 비린내가 확 풍겼다. 바다 냄새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비린내였다. 그 생선 비린내를 맡는 순간 나는 바다에 온 것을 느꼈다.

 『저곳이 부모님이 사시는 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