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반도체의 패키징사업 매각계획은 어떻게 될 것인가.
채권단은 실사를 맡긴 아더리틀(ADL)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매각 대금이 너무 낮다』면서 매각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아남측의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실사를 맡은 ADL은 채권단에 아남반도체의 매각 대금으로 11억1300만달러를 제시했다. 아남반도체와 ATI가 잠정 합의한 8억달러보다 3억달러 이상 높은 금액이다. 금액 차이가 3억달러나 돼 채권단이 협상안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러한 채권단의 입장은 31일 열린 아남반도체 임시 주주총회에 그대로 반영돼 매각 안건은 부결 처리돼 협상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다.
그렇지만 이해 당사자들은 재협상이 곧 성사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채권단과 아남반도체, ATI 모두 매각 자체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막대한 부채를 일시에 상환받을 수 있는 매각을 마다할 입장이 아니다. 아남반도체는 패키징 대신 FAB사업에 주력하기로 한 상황에서 재투자를 위한 자금확보와 부채상환을 위해 패키징사업의 조기 매각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ATI 역시 최근 미국 나스닥에서의 주가가 1년 8개월 전에 비해 3배 이상 상승해 투자 여력을 확보한 상태다. ATI는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해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ATI는 다만 마지노선을 9억5000만달러 정도로 잡은 것으로 알려져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고자 하는」 채권단과 「이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아남반도체와 매각 금액을 놓고 한참 줄다리기를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남반도체의 한 관계자는 『ADL의 실사내용이 애초의 매각 금액과 차이가 나는 것은 그동안 ATI에 영업을 위탁해온 아남반도체의 영업 부문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이라면서 『이 부문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면 재협상은 매끄럽게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알려진 대로 ADL의 지분투자는 액면가가 아닌 시가라며 여기에서 일부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남반도체는 3월 말 정기주총 이전까지 재협상을 완료해 채권단 승인도 얻어낼 계획이다. 그래야만 시급한 과제인 설비증설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남반도체는 매각금액 중 3000억원 정도를 FAB설비 증설 투자비로 집행할 예정이다.
<신화수기자 hsshin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