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 류형길 온라인게임대책위원장
지난해 한 검색 사이트에서 최고의 인기 검색어는 「채팅」이었다고 한다. 이는 인터넷이 정보검색 수단에서 타인과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강력한 수단으로 떠오르는 현상에 대한 증거로 풀이된다. 또한 일부 벤처기업에서는 채팅을 통한 신입사원 면접을 도입하는 등 채팅은 우리 실생활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최근엔 전문 채팅회사가 아니더라도 바둑·장기·온라인 게임 등 모든 콘텐츠에 부가서비스로 채팅을 접목하는 등 N세대의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편 서울지검 소년부는 지난해 연말 원조교제 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성인남자 39명을 적발, 이 중 19명을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고, 서울 강서 경찰서도 지난 1월 16일 채팅을 통해 알게된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한 30대 성인남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인터넷을 통한 신종 원조교제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채팅을 이용한 원조교제는 그동안 일부 사창가와 접객업소에서만 제한적으로 존재했던 미성년자 매춘 행위가 인터넷이라는 첨단 네트워크를 악용하여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채팅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드러나는 순간이다.
인터넷 원조교제의 1차적인 책임은 잘못된 성문화에 도취된 성인, 물질만을 쫓아 고귀한 순결을 내던지는 어린 소녀들 그리고 성을 상품화하여 영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전문 매매춘 업주들에게 있다.
그러나 일반 사창가와 접객업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매매춘 행위와는 달리 인터넷상의 채팅은 특정 회사의 서버에 인적 사항을 입력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운영자들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선행된다면 상당수의 불건전 채팅 사례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회사에서 불건전 채팅 사례가 사회문제화된 이후 모니터 요원을 증원하고, 특정 단어 검색 기능을 도입하는 한편, 불건전 채팅 이용자들의 아이디 수백개를 삭제하여 불건전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불건전 채팅을 통한 원조교제가 100여건에서 10여건으로 줄었다고 만족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심각히 고려해 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원조교제는 그것이 단 1건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더 많은 인력과 재원을 투자하여 반드시 막아야 한다.
통신망을 통해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채팅의 속성상 이에 대한 감시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채팅회사들은 관리자 수를 대폭 늘리고, 24시간 감시하는 등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한번쯤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 AOL의 경우 불건전 채팅으로 인한 피해자들에 의해 제소를 당하여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오히려 자기들이 모니터 요원을 1만4000여명으로 증원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한 바 있다.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에서는 불건전한 인터넷 채팅이 PC방을 통해서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사업자 단체로서 커다란 책임감을 갖고 있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회원사를 중심으로 불건전 채팅 이용자들에 대한 자율감시와 불건전 채팅 사례 수집 등을 해오고 있다.
그 결과를 모아 지난 1월 28일에 관심있는 시민단체들과 연계하여 불건전 채팅 문화 추방을 위한 가두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인터넷을 통한 불건전 채팅을 추방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