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348)

 『그래. 기억난다. 그때 네가 연애한다는 가냐?』

 어머니의 말에 나는 겸연쩍었고, 옆에 있는 송혜련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는 기색이었다.

 『그래요. 우리는 몇 년간 사귀었어요. 제가 군대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미리 인사 올리지 못한 것은 사업이 워낙 바쁘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외국에 나가서 일하다 보니 결혼 날짜를 잡지 못했죠.』

 『그래? 넌 사업이 잘 될 거다. 된다고 했다. 암 되고 말고. 그때 만난 건 생각나는데 얼굴을 보니 잘 모르겠다. 그때보다 늙었다.』

 어머니가 너무 노골적으로 말해서 나는 무안해 어쩔 줄을 몰랐다. 내가 짐짓 명랑한 목소리로 변명을 했다.

 『당연히 그렇죠. 그때가 몇 년 전인데요. 이 사람도 그때는 스무살을 갓 넘긴 나이고 이제는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잖아요. 그리고, 늙은 것은 우리가 아니라 엄마네요. 주름이 많아지셨어요.』

 『내 나이도 육십이 되었으니 당연히 늙제.』

 『아버지는 어떠세요? 제가 온다고 말씀드렸나요?』

 『버릇 개 주겠냐? 네가 며느리 될 여자 아이 데리고 오늘밤에 온다니까 자기는 안 만날테니 나보고 보라고 하는 거야.』

 『왜요? 시아버지 될 분이 안 만나면 누가 만나요?』

 『늙어서 그런지 이젠 분수를 안다. 실수할 것 같아서 그런가 보다. 』

 『술을 안 드시면 괜찮잖아요?』

 『항상 술에 취해 있는데 뻔하디.』

 『매일 술을 드시면 곤란한데, 아버지 연세가 있는데 옛날 같지 않을 텐데요. 아버지 건강은 괜찮으세요?』

 『아직 멀쩡해. 아직도 술에 취하면 하루 종일 잔소리야.』

 『하루 종일 잔소리하셔도 건강하셔야죠.』

 『야, 무슨 소리하나? 너도 당했지만 질리지도 않니?』

 『그래도 옛날 같지야 않겠죠. 이제 제 사업도 자리를 잡아가니까 제가 결혼하면 서울로 오시죠.』

 나의 말에 옆에 있던 송혜련이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나를 힐끗 돌아보는 그녀의 시선은 마치 함께 조율하지 못한 일을 일방적으로 말하는가 하는 항의였다. 그 말은 순간적으로 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부모를 모시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고, 실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위압감과 공포를 주었던 아버지라고 할지라도 나의 아버지는 아버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