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전 디지털 혁명을 이끈다>1회-프롤로그

 지난달 6일부터 4일 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생활전자박람회(CES 2000)에는 디지털 기술을 채택한 가전제품이 대거 출시됐다. 이 전시회는 그동안 뚜렷한 구분이 가능했던 가전과 컴퓨터·통신의 벽을 허물고 가전과 컴퓨터·통신이 하나로 융합된 모습을 보여준 의미 있는 전시회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대를 시작하는 첫 해에 열린 가전전문 전시회가 이처럼 가전과 컴퓨터·통신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은 정보가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전시장은 지난 80년대를 기점으로 일부 개도국을 제외한 선진국에서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이후 소폭 성장해 왔다. 당시 업계는 「가전의 시대는 끝났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가전은 정보가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거듭나고 있다. 정보가전의 등장은 과거 흑백 TV가 컬러 TV로 바뀌면서 소비자들에게 주었던 충격과 파급효과를 훨씬 뛰어 넘어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컬러 TV의 등장은 단순히 영상매체에만 영향을 미쳤다. 반면 정보가전은 영상매체뿐만 아니라 생활 자체를 디지털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가전 시대를 가장 먼저 열어가고 있는 선봉장은 간판 스타격인 디지털TV.

 시장조사 업체인 데이터퀘스트는 디지털TV 세계 시장규모가 올해 80만대에서 오는 2001년 144만대, 2003년 500만대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영국을 필두로 미국 등 선진국이 디지털 방송을 시작, 디지털TV의 대중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TV 분야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우리나라와 일본이 디지털TV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등 벌써부터 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또 디지털 재생매체로 부상하고 있는 DVD플레이어도 디지털 혁명의 총아로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 밖에 TV·냉장고·오디오·전자레인지·PC·방범기기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홈 네트워킹 분야도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컬러 TV·VCR 등 혁신적인 가전제품들이 나올 때마다 기술개발 시점이 늦고 국내 시장이 미성숙해 선진국의 뒤만을 쫓아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 같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내 가전업체들은 디지털 시대에 대비해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디지털 시대의 핵심 가전인 디지털TV 분야에서 선진국 못지 않은 기술수준을 갖게 됐다.

 정보가전은 지금껏 개별 제품으로 취급돼 왔던 TV·캠코더·카세트·VCR·PC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음악·영상·데이터 등 정보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가전제품의 원격제어와 원격보안·원격의료 등 홈 네트워킹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적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 할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는 예측이 가능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예측이 불가능하며 세계 1등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시대를 준비하는 정보가전 업계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삼성·LG·대우 등 국내 가전업체들도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지난해 말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으며 세계 1등이 되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시장개척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어 우리기업들이 디지털 정보가전 시대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