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이 오는 3월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 그간 지상파 및 위성방송의 재전송 업무를 주로 담당해 온 영세 중계유선 사업자들의 운명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수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대형 중계유선 사업자들이야 케이블TV방송국(SO)으로 전환해 명실상부한 방송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겠지만 가입자가 1000∼2000명에 못미치는 영세 중계유선 사업자들은 케이블 SO와 대형 중계유선 사업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영세 중계유선 사업자들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중계유선 사업자끼리 방송신호 통합이나 법인 통합 작업을 추진, 생존을 모색할 것이다. 아예 대형 중계유선 사업자나 케이블 SO에 가입자당 얼마씩을 받고 회사를 매각, 중계유선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도저도 아닌 벽지의 영세 사업자들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제한된 중계유선 역무에 만족하면서 아슬아슬한 생존 게임을 벌여야 할 판이다.
사실 이같은 영세 중계유선 사업자들은 전국적으로 굉장히 많다.예컨대 마산·통영·거제·고성 지역의 총 15만1000여 중계유선 가입자 가운데 8만명 이상을 마산종합유선방송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27개 정도의 군소 중계유선 사업자들이 나눠 갖고 있다. 원주·정선·평창·횡성·영월 지역은 전체 8만1000여 가입자중 5만명 정도를 원주유선방송이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26개 군소유선 사업자들이 나눠갖고 있다.
창원·진해·함안·의령, 천안·아산·연기, 제주, 울산, 안산·시흥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들 군소 중계유선 사업자 가운데 상당수는 SO로 전환할 수 있는 묘안이 없을까 궁리중이다. 최근 문화부가 발표한 방송법 시행령(안)은 중계유선 가입자가 해당 방송구역의 가입자 중 3분의 1 이상을 확보해야만 SO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될 경우 영세 중계유선 사업자들은 SO로 전환될 수 있는 길이 막막하다는 게 영세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들 군소 사업자는 중계유선이 SO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소한 중계유선 사업자가 SO 구역별로 중계유선 가입자의 70∼80%를 확보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 중계유선 사업자들이 군소 유선을 매입해야만 SO로 전환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군소 중계유선 사업자들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계산이다.
이에 비해 규모가 큰 중계유선 사업자들은 여러 개의 중계유선 사업자들이 SO로 전환해 경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도 사업자 규모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이렇게 천양지차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