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공급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PC는 그동안 부품 공급난 등으로 일부 모델에 한해 일시적인 공급부족현상이 발생한 사례는 있었으나 데스크톱PC 및 노트북컴퓨터를 포함한 전기종에서 공급난이 심화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PC 공급난은 주요인이 부품부족 등과 같은 외적인 측면보다 수요가 워낙 크게 증가한데서 비롯되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대우통신·현대멀티캡 등 주요 PC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생산시설을 크게 확충하는 동시에 전라인에 1일 2교대제를 실시하는 등 공장가동률을 크게 높이고 있으나 PC 수요물량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제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업체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수요물량에 대해 평균 85% 수준에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연말부터 수요가 폭증, 2개 라인을 추가로설치하는가 하면 12개 전라인에 1일 2교대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으나 일선 대리점에서 요청하는 물량의 90%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도 PC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크게 늘리고 있으나 최근 PC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동시에 내수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PC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밖에 대우통신과 현대멀티캡도 지난해 12월 대비 지난 1월 수요가 2배 정도 늘어남에 따라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으나 늘어나는 수요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PC업계의 일선 대리점과 용산 등 전자상가에서도 PC의 공급난을 뚜렷하게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한 대리점 P사장은 『최근 PC 구매신청이 지난해 월평균 220대 수준에서 지난달 550대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소비자에게 절반 정도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이전에 3일이면 공급할 수 있었던 물량이 1주일 정도 소요된다』고 밝혔다.
용산의 한 조립PC업체 사장은 『최근 PC수요가 크게 늘면서 일부 업체의 상가내 덤핑사례가 거의 사라졌으며 각 업체간 거래도 기존의 어음방식에서 현금거래 위주로 바뀌는 등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PC 공급난이 가중되면서 PC시장에 새로운 풍속도가 일고 있다.
우선 펜티엄Ⅲ 500㎒급 제품 가운데 일부 모델의 경우 시중에서 아예 찾아보기 힘든 제품이 됐다. 또 PC 주문후 인수까지 걸리는 시간도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평균 3일 정도 소요됐으나 올들어 최소한 1주일, 늦으면 10일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PC가격체계도 변화하고 있다.
PC업계는 그동안 2개월 간격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5% 내외에서 제품가를 인하했으나 지난해 12월 이후 가격을 인하하지 않고 있으며 당분간 제품가를 동결하기로 했다.
소비자들로서는 사실상 가격인상의 현상을 느끼고 있다.
PC의 공급난이 가중되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폭발적인 수요증가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PC시장은 지난해 월 15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23만대 수준까지 높아지더니 1월에는 국내 PC시장이 형성된 이래 처음으로 30만대를 돌파한 30만5000대 규모를 형성했다.
아울러 지난해 중순 대규모 수출계약을 체결한 국내 PC업체들이 최근 본격적인 수출선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와 해외수출 물량이 한꺼번에 쇄도하면서 공급량의 한계는 이미 예상된 것이다. 이와 함께 부품 및 주변기기 등 자재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요인도 한몫 하고 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CD롬드라이브·중앙처리장치(CPU)·주기판의 공급물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폭발적인 PC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품별로는 세계 IC제조업체들이 이동통신단말기에 주력하면서 상대적으로 PC부문에 할당되는 IC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IC의 공급이 부족한 상태. IC는 CD롬드라이브와 HDD는 물론 PC 본체에 필수적으로 채택되는 핵심부품이다.
또 CPU도 미국 인텔이 고속(클록속도),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해 영업력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시장주력인 펜티엄 500㎒급 제품의 생산비중이 낮아 국내외에서 공급부족현상을 빚고 있다.
특히 인텔 펜티엄Ⅲ 533㎒(모델명 코퍼마인) CPU의 경우 PC시장의 주력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칩세트와 주기판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인텔의 사업전략에 따라 CPU 공급부족이 야기된 사례다.
관련업계에서는 PC공급난이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국내 PC시장의 경우 인터넷의 급격한 확산, Y2K 대기수요의 해제, 학교 등 정부의 공공기관 수요확대, 경기회복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력 향상, 사이버증권 등 온라인 머니트레이드의 확대, 인터넷PC 공급에 따른 제품가 인하 등으로 PC수요 증가추세가 갈수록 뚜렷해질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더욱이 해외수출도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선적이 이루어지면서 생산요구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CPU·CD롬드라이브·칩세트·IC 등 컴퓨터 부품 및 주변기기의 경우 국내외적으로 PC수요량 증가를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PC는 지난 97년 부품가 인상에 따른 제품가 인상 이후 두번째로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관련업계의 성급한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