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디지털 시대와 CEO의 역할...김홍기 삼성SDS 사장

「골드 러시」는 150여년 전 미국에서 금이 발견된 이후 유행한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으로 성공한 사람들로 인해 「인터넷 러시」라는 말이 등장했다. 야후의 제리 양,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과 같은 사람들이 요즘 화제의 인물이다.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올해 3억명을 훨씬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고, 우리나라도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규모도 2003년이면 1조3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가히 폭발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인터넷 세상은 디지털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일본 소니사의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은 『과거 25년이 디지털의 도움닫기 기간이었다면 향후 25년은 디지털의 폭발기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 디지털시대란 어떤 시대인가. 한마디로 디지털기술과 문화가 꽃을 피우는 시대다. 환경이 불규칙하게 변하는 시대, 수확체감이 아닌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대, 속도와 유연성이 필요한 시대, 풍부한 상상력이 자산인 시대, 우리의 의지와 선택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시대는 또한 정보사회를 의미한다. 정보사회는 시간과 공간·속도의 제약을 벗어난다.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365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빛의 속도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앞에 다가오는 것은 상품과 서비스·가격을 생산자가 아닌 고객이 결정하는 프로슈머(Prosumer)의 시대다. 업종의 경계도 무너지고 먼저 사업을 시작한 5개 회사가 시장의 80%를 장악하는 기회선점의 시대며, 누구나 전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시대다.

이제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디지털시대에는 CEO의 비전과 결단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된다. 미국 투자가들의 77%가 CEO의 이름을 보고 투자한다고 한다. CEO의 가치가 기업의 가치보다 큰 시대인 것이다. 잭 웰치, 마이클 델, 이데이 노부유키, 손정의 등이 그 예다.

CEO의 첫번째 임무는 트렌드를 읽는 것이다. 새로운 조류에 편승하는 것이 성장의 필수조건이다. 실패에는 관대하더라도 기회를 놓치는 것에는 엄격해야 한다. 변화의 흐름을 꿰뚫고 빠른 시간내에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CEO는 위기에 처했을 때 결단을 내려주는 역할도 있지만, 멀리 보고 돌파구를 제시함으로써 희망을 주는 일이 핵심인 것이다. 또 CEO는 창조적 파괴를 단행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기업만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전통적인 CEO와 eCEO를 비교해보자. 전통적인 CEO는 의욕을 북돋우지만 eCEO는 복음을 전도한다. 전통적 CEO는 정보기술에 문맹이지만 eCEO는 박식하다. 그리고 전통적 CEO는 빠르게 움직이고 모호함을 싫어하며 첨단기기의 등장에 불안해 하지만, eCEO는 더 빠르게 움직이고 모호함을 좋아하며 첨단기술에서 고립될 것을 걱정한다. 전통적인 CEO가 평균 57세에 부자가 됐다면 eCEO는 평균 38세에 「아주」 부자가 됐다는 것도 차이다.

결론적으로 정보사회, 디지털시대의 CEO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할 것이다.

인터넷과 디지털시대가 가져오는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가. 부가가치의 4분의 3이 정보와 지식으로부터 나오는가. 지적재산의 관리수준은 어떠한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스피드 경영을 하고 있는가. 고객관리에 대한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 사원의 창의와 열정이 살아숨쉬는 조직문화인가. 핵심역량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형 경영체제를 가지고 있는가. 정글의 생명체처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디지털 신경망을 구축하고 있는가. 확고한 비전과 창조적 파괴능력을 지닌 CEO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