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1일 미국 반덴버그 발사장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비록 미국 발사체를 이용해 거둔 성공이었지만 아리랑 1호의 발사성공은 20세기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 발전의 한 획을 긋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정보화와 국제화가 한층 심화되면서 국가 및 개인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비해 항공우주기술력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제2의 창립정신을 가지고 세계 일류 연구소로 거듭날 것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최동환 소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 기관장으로는 매우 드문 40대 소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급적이면 연구조직 및 연구체계를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온건론자다. 하지만 2000년대 새로운 항공우주산업의 미래에 대한 생각은 매우 적극적이다.
지난해 항공우주연구계에는 매우 많은 사건이 있었다. 이 시기는 바로 항공우주산업의 비전을 제시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99년 4월 2차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에서 항공우주산업 개발기본계획을 의결해 항공우주 관련 국가적 비전, 정책방향, 중장기 발전계획을 제시했다. 또 99년 12월 제3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우주개발사업 체제정비 방안을 의결, 우주개발 연구역량 결집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한 의지를 구체화시켰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리랑 1호 발사성공은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가능성을 타진한 계기가 됐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는 국내에서 개발된 최초의 실용급 위성이라는 점에 남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는 다목적 실용위성 개발로 인해 기술인력 및 설계기술을 확보하게 됐고 또한 관련 시설 및 장비는 다목적 실용위성 2호, 통신방송위성, 과학위성 등에 활용될 수 있게 됐습니다. 더욱이 참여업체들이 높은 국산화율 성취로 위성부품의 국산화 제작능력 확보 및 수출기반 조성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최 소장은 경쟁력 있는 과학기술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자를 믿어주는 일관성 있는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성원이 요구된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국민의 성원은 바로 한 연구소에 1000억원의 연구예산을 추가 투입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인다.
최 소장의 위성분야 올해 계획은 아리랑 위성 1호에 대한 성공적인 위성운용 및 자료활용 기술확보, 이를 토대로 한 다목적 실용위성 2호 설계사업이다. 이 기간동안 통신방송위성 국산화, 고해상도 카메라 개발, 위성영상수신처리시스템 개발에 연구역량을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발사체 관련 기술도 매우 중요합니다. 시스템 상세설계를 완료한 3단형 과학관측로켓 개발사업은 상반기 로켓 개발에 필요한 서브시스템 제작 및 성능시험을 완료하고 하반기 지상시험용 기본형 로켓의 조립시험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로켓 개발뿐만 아니라 저궤도 중소형 위성 발사장인 한국우주센터 건설사업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한때 존폐위기에 놓였던 우주센터 건립사업은 지난해말 기초조사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 센터 건립을 위한 기초조사 및 설계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물론 우주센터 건설비용을 정부예산에 반영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나 우주센터 건립 필요성이 널리 알려져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소장의 우주센터 설립에 대한 애착은 로켓 발사시 다른 나라 발사체를 이용할 경우 애써 개발한 위성기술이 경쟁국에 속속들이 노출된다는 과학자로서의 아쉬움이 깊게 배어 있다.
항공기 분야에서도 많은 연구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항우연은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비행성능 시험장치인 비행시뮬레이터를 독자 개발했으며 30석급 민·군 겸용 수송기의 축소형기를 제작해 비행시험 수행을 완료했다. 또 무인비행체 자동비행 및 지상제어시스템 개발사업 및 4인승 소형항공기 개발사업도 착수해 기반 조사를 실시했다.
올해에는 무인항공기 및 소형항공기 과제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한편 21세기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성층권 장기체공 무선중계 통신용 비행선 개발사업 및 헬리콥터 국산화 개발사업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최 소장은 또 민군 겸용기술인 KTX-2 전기체 정적시험, 항공기용 엔진 시험평가시설 설치·운용, 보조동력장치 개발, 위성항법시스템 개발, 품질인증 업무수행, 고압터보펌프 개발 등 항공우주기반 핵심기술분야에 대해서도 연구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밖에 위성기반 시설운용사업, 로켓 주엔진 지상연소시험장 건설사업, 우주발사체 조립시험동 건설사업, 대형시험평가장비 가동용 발전기 설치사업 등 연구기반 조성사업들도 수행키로 했다.
『이같은 연구개발사업이 효율적으로 수행되기 위해 연구지원체제 구축 및 운영관리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3개년 전략계획 및 2000년 실천계획 수립을 통해 목표 및 평가관리제, 연봉제, 계약제, 의사소통체계 등의 기존 제도를 서서히 정착시켜 나갈 것입니다.』
항공우주분야에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것이 최 소장의 소박한 꿈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