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케이블TV 등 다채널 매체가 21세기 방송산업의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이고 그간 방송 사업에 애써 태연한 척했던 언론사·통신사업자·대기업들이 너도 나도 위성방송·케이블TV·인터넷방송 등 뉴미디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 동안 누려온 독과점적 이익을 계속 향유하고 새로운 방송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위성방송·케이블TV·인터넷방송 등 뉴미디어 분야의 사업 전략을 짜내느라 분주하다. 물론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지상파 3사의 독과점적인 구조가 한층 더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문제는 KBS의 경우다. 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KBS에 대해 대부분 국민들은 「공영방송」이라는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KBS 내부 구성원 입장에선 공영방송이라는 잣대를 너무 혹독하게 적용하는 것 이니냐는 불평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KBS에 대한 세간의 기대나 바람은 KBS가 짊어져야 하는 「질곡」과도 같은 것이다.이 때문에 국민들은 KBS의 정치적 공정성이나 공공성의 문제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동일한 차원에서 KBS의 뉴미디어 사업 진출 역시 보다 폭넓은 논의와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최근 방송계에선 KBS의 뉴미디어 분야 진출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일각에선 KBS가 단일 그랜드 컨소시엄 형식으로 구성될 위성방송사업자에 상당 부분 지분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KBS는 내년부터 본방송에 들어가는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실시, 월드컵 축구대회의 HDTV 방송 송출 등 국가적인 현안 과제를 안고 있다. 혹시 상업적인 매체인 뉴미디어에 필요 이상으로 골몰하다가 엄청난 투자비가 소요되는 지상파 디지털방송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누가 뭐래도 공영방송인 KBS의 제1 목표는 모든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보편적 서비스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신중하게 유료 서비스 분야의 진출을 용인했으며 일본의 NHK 역시 지난 98년 발표한 「디지털 시대를 향한 NHK의 비전」을 통해 보편적 서비스의 고도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