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벤처기업이 63빌딩을 인터넷공간에 그대로 재현해 임대하는 가상부동산사업을 구상중이다. 과연 이 벤처기업은 사업시작 전에 대한생명으로부터 63빌딩 건축디자인에 관련한 저작권동의를 받아야 할까.
게임전문사이트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애써 모아둔 게임포인트를 절취했다. 이것이 현행법상 범죄로 성립한다면 어떤 법조항으로 처벌이 가능한가.
이처럼 갈수록 복잡해지는 인터넷관련 법률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대형 법률회사(로펌)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들 대형 로펌은 내부에 전자상거래팀을 신설하고 인터넷법률 전문변호사를 확충하는 등 그동안 주력해온 대기업중심의 영업전략에서 벗어나 인터넷사업과 관련한 신종 법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4대 로펌에 속하는 태평양은 지난해 12월 변호사와 변리사 9명으로 인터넷관련 법률상담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태평양은 이달 안으로 유망 인터넷벤처기업을 선별, 법률서비스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는 윈윈전략으로 인터넷법률시장 선점에 나선다.
태평양은 인터넷법률분쟁의 관련당사자 대부분이 영세한 벤처기업인 점을 감안해 각종 법률서비스를 기존 대기업 클라이언트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할 방침이다.
법무법인 광장도 지난해말 3명의 인터넷 전문변호사를 중심으로 전자상거래팀을 발족시켰다.
이 로펌은 미국, 호주 등에서 인터넷관련 소송 실무경력이 풍부한 한국계 변호사를 계속 영입해 다음달까지 인터넷 전문변호사를 8명으로 확충할 방침이다.
광장은 주요 벤처기업포럼을 빠짐없이 찾아다니는 등 로펌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치고 있어 이달 안으로 인터넷관련 벤처기업 고객수가 100여개를 넘어설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밖에 국내 최대의 로펌 김&장을 비롯한 주요 법률회사도 최근 급증하는 인터넷관련 법률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 전문인력 확충과 벤처기업 대상의 법률서비스 마케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법률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인터넷 벤처기업 입장에서 경제활동에 수반되는 법률상 위험을 미리 제거하는 저렴한 법률서비스가 필수적이라면서 로펌업계에 부는 인터넷바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이해완 판사는 『이제는 벤처기업들도 법률컨설팅을 비용이 아니라 사업투자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인터넷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인터넷 법률체계 구축을 위해 일선 로펌이 인터넷 전문변호사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