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산자 3부 새천년엔 화해할까?

극심한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사사건건 대립해 온 과기부·산자부·정통부가 새천년들어 해빙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각 부 장관들이 서로 상대방 부처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잇달아 선언하면서 실무 국·실장급을 중심으로 화해무드 조성이 한창이다.이에 따라 이들 부처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처신에 어려움을 겪어 온 산업계는 물론 출연연 등 연구계, 대학 관계자들도 홀가분하다는 표정들이다.

세 부처간 화해의 장미꽃을 내민 곳은 산업자원부.

김영호 산업자원부 장관은 취임과 함께 가진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산자부는 과기부와 정통부 등 타 부처의 의견이나 정책을 존중하겠다』며 산자부 직원들의 의식전환을 주문했다.

김 장관은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국민의 정부가 산업계나 연구계로부터 지탄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산자부의 정책은 「국민의 정부」라는 큰 틀 아래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정욱 과학기술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정부과천청사 대강당에서 산자부 직원 600명을 대상으로 「21세기 인류문명과 과학기술」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가지면서 『그동안 우리는 적으나마 가지고 있는 것도 공유하지 못했다』며 『디지털시대에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보유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만큼 과기부와 산자부는 같이 일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서 장관은 『국민이 가진 정보량이 엄청나다며 『민원인이 과천에 가려면 충분히 공부하고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도록 분발하자』고 촉구하고 『아직도 변혁에 대한 저항세력이 많은 만큼 산자부와 과기부가 같이 노력하자』고 주문했다.

서 장관은 『과기부와 산자부는 「양화(良貨)의 양면(兩面)」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과기부·산자부 모두 연구개발 투자비가 큰 만큼 예산집행시 같이 협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자존심을 버리고 자기를 낮추자』고 강조했다. 서 장관은 『1m의 젓가락으로는 혼자 먹지 못하므로 남을 먼저 먹여주고 남도 자기를 먹여주어야 하듯이 서로 도와줘야 한다』며 「젓가락론」을 제시했다.

이같은 두 부처의 화해분위기에 정보통신부도 뒤질세라 과기부·산자부와의 연구개발정책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정보통신통인 서정욱 과기부 장관의 4년 후배이자 입각 전까지만 해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도 최근 민군겸용기술개발·다목적실용위성개발·통신방송위성개발 등에서 과기부와의 상호협력을 강조하는가 하면 산자부와도 그동안의 「구원(舊怨)」을 씻고 최대한 협력할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이같은 3개 부처의 상호존중·정책협력에 대해 각 부처 직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새천년에는 「국가와 납세자인 국민과 기업을 위해 일하자」는 분위기다.

각 부처의 이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갈지 두고 볼 일이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