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E메일? 이젠 TV로 하십시오. 컴퓨터? 몰라도 됩니다. 소파에 앉아 리모컨만 누르십시오. 정보의 바다가 TV화면에서 넘실거릴 겁니다.」
지난해 인터넷TV 서비스에 들어간 모 업체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내세운 광고 카피다. 이 광고 카피는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인터넷TV의 특징을 표현해 주고 있다.
인터넷TV의 개념을 도입한 제품은 가전 왕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 지난 97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TV로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가전업계뿐만 아니라 컴퓨터업계에도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인터넷TV의 등장은 정보화시대의 총아로 각광받아온 컴퓨터가 TV라는 강력한 라이벌의 도전을 받게 됐음을 의미한다.
루이스 거스너 IBM 회장은 오는 2002년이면 인터넷 단말기의 절반이 PC 이외의 것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나머지 절반은 디지털 가전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80년대 「윈텔(마이크로소프트+인텔) 연합」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디지털 기업들에 전자산업의 주도권을 내준 일본 업체들은 아날로그 가전을 과감히 디지털화하면서 정보가전을 통해 다시금 전자산업의 주도권을 잡아보려는 대반격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가전업체들도 디지털 시대에 대비해 기존 가전제품에 인터넷 기능을 추가하는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는 등 가전과 인터넷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가전을 기반으로 한 홈네트워킹이 보편화하면 가전분야 기술력이 탁월한 일본과 우리나라가 세계 디지털산업의 주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가전과 인터넷의 결합은 가전의 개념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 분명하다. 문명 비판가들로부터 「바보상자」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던 TV가 똑똑하고 유익한 정보화 터미널로 거듭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전업체들은 정보가전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피눈물나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일본과 대등한 기술력을 확보, 세계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일반 가전에 인터넷 기능을 적용한 신제품을 개발, 올해 안에 시장에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붐을 타고 있는 인터넷TV 판촉을 위해 국내 최대의 인터넷TV 컨소시엄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오는 2·4분기부터 제품을 공급, 컴퓨터와 TV 기능을 함께 갖춘 인터넷 냉장고도 개발해 올해 상반기중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인터넷으로 조리법을 넘겨 받을 수 있고 인스턴트 음식이 보유한 바코드를 이용, 자동 요리까지 가능한 인터넷 전자레인지도 올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을 채택, 인터넷과 동영상 전화통화 기능을 갖춘 디지털 냉장고 「디지털 디오스」를 개발, 올 상반기중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또 인터넷으로 조리 정보를 제공받아 스스로 요리하는 인터넷 전자레인지도 최근 개발,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들 제품 외에도 오디오·보안기기·냉난방기 등 기존 가전제품에 인터넷 접속기능을 추가하는 작업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가전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할 것 같다. 일부에서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에 인터넷 기능이 왜 필요한가에 강한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또 인터넷 기능을 추가할 경우 가격이 매우 비싸진다는 문제도 있다. 정보가전을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기능을 추가하면서도 가격에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인터넷 기능을 보유한 정보가전이 정보화시대의 총아로 부상할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