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과학기술 미래를 연다 연구소장 새천년 포부> (15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에너지 환경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석유가격 불안정, 기후변화협약 등은 우리의 에너지 소비행태를 크게 바꾸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에너지 절약기술과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서기 않으면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에너지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21세기 에너지 공급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후협약이 강화되면서 세계 에너지 기술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간 지구 전체의 산업발전을 이끌어온 화석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에너지기술연구소에서만 18년간 종사한 손재익 소장이 바라보는 21세기 우리의 에너지 전망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기술연구소 역시 현재 산업체와 대학은 물론 해외 에너지 전문연구기관과 이미 경쟁상태에 들어가 있어 안팎으로 어려운 21세기가 될 전망이다.

에너지연은 국가 출연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 정립과 에너지 기술개발분야의 전문성 확보, 신에너지 기술개발 등에 나서야 한다. 20세기 국내 산업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에너지가 21세기 역시 성장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손 소장의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한 문제다.

『올해는 2000년대에 생존할 수 있는 에너지 기술개발의 패러다임을 도출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우선 국내 타 연구기관, 외국 연구기관과 차별화할 수 있는 연구영역을 구축하고 연구원의 전문성 강화에 노력을 기울일 방침입니다. 2000년대 초반은 21세기를 주도할 역동적인 연구조직을 만들고 정부차원의 지원체계, 연구소의 생존방식 강화 등 자구책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손 소장은 자구책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그 골격은 21세기 프런티어사업, 국가중점사업, 국가지정연구실 등 국가주도 대형사업에 연구소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부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그간의 단기 중심 연구과제나 산업화 중심, 과제 중심의 국가과학기술정책이 에너지분야와 같은 중장기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하는 미래 원천기술을 소외시켜 왔다고 지적한다. 손 소장 역시 미래는 에너지·정보통신·생명공학 분야가 크게 주도할 것이고 이 중 산업의 동력원으로서 에너지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에너지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1세기를 맞는 손 소장의 연구개발추진계획의 핵심은 미래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수소에너지·신발전기술 등 신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며 장기 국가에너지기술개발 계획수립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특히 중점 산업분야별 컨소시엄의 체결로 산·학·연 협동체계를 강화, 산업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산업공정 에너지절약 및 효율화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다짐한다.

또 에너지연만이 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선정, 특성화시킴으로써 전문성과 대외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가지정연구실과 같은 전문연구분야 연구개발사업에 태양전지·바이오매스·폐기물자원화사업 등 총 10개 사업을 포함시켜 국립연구센터로 집중 육성키로 했다. 또 대학이나 산업체가 수행할 수 없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대규모 복합형 기술 및 시스템 기술을 선정, 제한된 연구비를 집중 투자함으로서 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중점연구개발사업으로 현재 추진중인 「온실가스저감사업단」을 확대해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할 것입니다. 또 청정개발체계(CDM)에 대비해 이전 가능한 기술분야 검토 및 국제 공동연구협력사업을 병행할 것입니다.』

손 소장은 국내 연구개발뿐 아니라 국제기구가 수행하는 에너지 관련 사업에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이 부분에는 남·북한이 에너지분야 협력방안을 도출해 정유·발전·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을 수행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한국전력·가스공사 등과 같은 에너지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대형 공동연구사업을 추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잡화점식의 연구개발에서 탈피해 경쟁력 있는 부문을 중점 투자하겠다는 손 소장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인 에너지 문제의 해결에 우리 연구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국가 출연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 정립과 에너지 기술의 전문성 확보, 미래지향적 신에너지 기술개발 전략구축, 국제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기술 확보는 우리 세대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손 소장은 이미 취임사를 통해 연구소 직원들의 동참을 요구했다. 그간 기관 연구업무보다는 알려지지 않아도 될 만한 일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눈총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들은 연구소 역사와 연구원의 역량에 비해 터무니 없이 이미지를 실추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손 소장을 비롯한 연구소 직원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손 소장이 틈날 때마다 조직 및 인사 지원업무를 신축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히는 것도 바로 21세기형 연구환경을 마무리하려는 의지로 표현된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