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52) 벤처기업

최고의 버전<14>

『아버지가 오신 모양인데 옆방으로 가서 인사드립시다.』

『그래예.』

송혜련과 나는 잠옷을 벗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술에 취하신 모양인데 이해해 줘.』

『괜찮아예. 갑시더.』

옷을 모두 입은 그녀가 재촉했다. 내가 샛문을 열고 먼저 옆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웃옷을 벗고 앉아서 무엇인가 장부를 뒤적거렸다. 어머니가 만류하고, 내가 나타나지 않자 인사받는 것을 포기한 눈치였다. 그러나 내가 방안으로 들어가자 자세를 바로 하면서 장부를 치웠다. 뒤이어 들어서는 송혜련을 보고 아버지가 갑자기 침묵했다.

『오셨어요, 아버지? 늦으셨네요.』

『그래, 거래처에서 한잔 마셨디.』

『저, 결혼할 여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인사를 올리려고요.』

그렇게 말하고 송혜련과 나란히 서서 아버지께 큰절을 하였다. 아버지가 벗어놓은 웃옷을 황급히 걸치고 앉았다.

『너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장가를 가야디. 색시는 참하군.』

아버지는 허리를 잔뜩 펴고 지나치게 거드름을 피우는 자세였는데, 욕을 하면서 쌍스런 말을 하지 않아서 여간 다행스럽지 않았다. 아버지가 아무리 취중이지만, 그래도 가릴 것은 가린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물었다.

『색시 집에서는 무엇을 하신게라?』

『공무원입니다.』 내가 대답을 했다.

『공무원은 도둑놈이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버지는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말을 고쳤다.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일부 그런 경우가 있디. 그런데 뭐 하는 공무원인데?』

『장관 자문위원이죠. 아주 중요한 일을 하십니다.』

『고위층이야?』

『그렇지요.』

『고위층에 도둑놈이 더 많디.』 그렇게 말하고 아버지는 또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말을 바꾸었다.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일부가 그렇다는 것이디. 이 색시의 아버님은 훌륭한 분이디.』

알지도 못하면서 훌륭하다고 칭찬을 하였다. 나는 민망하고 어색하였지만, 송혜련은 재미있어 하면서 웃음을 참는 기색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입에서 쌍스런 욕이 나오지 않는 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