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외국게임업체 잇따른 국내진출 배경과 파장

고에이·인포그램·감마니아 등 해외의 게임제작·유통사들이 새해 벽두부터 잇따라 국내 시장에 상륙, 파상공세를 펴고 있어 국내 게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올들어 한국에 교두보를 마련한 외국업체들은 모두 브랜드 인지도·자금력 및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업체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고에이의 경우 중국고전 삼국지를 90년대 초부터 전략게임으로 만들어 이 분야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가로 평가를 받고 있으며 프랑스에 기반을 둔 인포그램은 지난해 어콜레이드·그렘린 등 유명 게임개발회사들과 미국의 10대 게임제작사 가운데 하나인 GT인터액티브를 인수, 일약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발돋움을 하고 있다. 감마니아 역시 「편의점」이라는 경영시뮬레이션으로 지난해 대만에서 최고의 게임제작사로 부상한 업체다.

국적은 다르지만 이들이 경쟁적으로 한국시장에 포석을 하게 된 동기는 한국시장을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외 게임업계는 한국게임 시장을 불법카피와 불투명한 상거래가 횡행하는 3류 시장 정도로 간주했었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의 전세계 판매량 가운데 3분의 1(작년말 현재 110만카피)이 한국에서 판매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하루에도 수만명이 「배틀넷(Battlenet)」을 즐긴다는 점은 더욱 더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지난 98년말 설립된 미국의 일렉트로닉아츠(EA)의 한국현지 법인 EA코리아가 1년만에 900여개의 직판점을 확보하고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사실은 해외의 게임업체들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해외 게임업체들의 잇따른 한국시장 진출이 소비자인 게이머들에게는 다양한 제품과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게임회사들에는 입지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분 이후 판매량이 1만카피를 넘는 제품은 손으로 꼽을 정도며 PC방이 주요 판로가 되면서 기존의 PC게임 유통기반이 황폐화 되다시피 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최근의 게임시장의 흐름이 네트워크·온라인 게임 중심으로 전이되고 있어 국내시장이 외국업체들의 마케팅 공세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를 개발한 블리자드는 데이콤과 제휴, 8대의 배틀넷 전용서버를, EA는 「울티마 온라인」을 위해 2대의 전용서버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을 단순한 게임 소비시장뿐만 아니라 공동개발 및 제작을 위한 아웃소싱 파트너로 인식하는 외국업체들이 많아져 이를 역이용할 경우 국내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대만 감마니아의 경우 감마니아코리아에 투자한 100만달러외에 올 상반기중으로 500만달러를 추가로, 국내의 개발회사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며 EA나 인포그램 역시 PC·아케이드분야에서 제3국시장을 겨냥, 국내 개발사와 공동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유리한 입장에서 외국 메이저 제작·유통사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

게임이 이미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안방 지키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외국업체들의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역이용해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는 공격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