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출원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작업 중의 하나가 특허 청구 범위인 클레임(Claim)을 설정하는 일이다. 특허 획득의 가능 여부는 물론이고 향후 기술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범위도 특허 청구때 클레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만큼 클레임 설정에는 전문화된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허는 내가 꿈꾸고 있는 소원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제 구현해 낼 수 있는 기술과 그 대상을 선정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보유한 기술적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는 특허 청구 작업은 전문화된 지식과 제품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국내에서 몇 안되는 전자분야 여성 변리사인 이경란씨는 전문성 없는 두리뭉실한 특허 청구로 국내 기업이 힘들게 개발한 첨단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가 가장 속상하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연세대 특허법무대학원을 나온 그녀가 96년에 변리사 시험을 통과한 후 줄곧 전자·정보통신분야 특허업무만을 고집해온 것도 이 분야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전문화된 노하우와 경력을 쌓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변리사는 아무래도 머리보다는 몸으로 떼우는 직업이라 공부할 게 너무 많다』고 항상 투덜대면서도 전자분야의 두꺼운 전문서적들을 늘 옆에 끼고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그녀는 최근 국내 한 반도체 대기업과 외국의 다국적 기업간에 발생했던 특허 분쟁에서 소송업무까지 맡아 처리할 정도로 전자·정보통신분야에서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제 특허 소송을 진행하며 외국 대표들을 앞에 두고 한국기업의 대변자로서, 그것도 여성이 우리의 기술 권익을 당당히 주장하며 느꼈던 짜릿한 감흥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여성 변리사로서의 남다른 감회도 털어놨다.
전자 분야에서의 이러한 전문 노하우를 살리기 위해 최근 그녀는 변리사 합격 동기 3명과 함께 「이지국제특허벌률사무소(http://ez-patennt.co.kr)」를 설립하고 독립적인 변리사 업무를 시작했다.
국내 중소 벤처기업의 가장 확실한 무기는 다름아닌 기술이고 그 기술들이 정확한 법적 권리를 인정받아 실전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변리사로서의 임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