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비디오 출시 논란, 안방극장 입성 가능할까

영화 「거짓말」이 비디오 출시를 앞두고 또 다시 음란성 시비에 휘말렸다.

프로테이프 제작사인 새한은 법적하자가 없는 이상 「거짓말」의 비디오를 3월초 출시하겠다는 입장이고 음란폭력성조장매체대책시민협의회(음대협, 대표 손봉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거짓말」의 비디오 출시를 둘러싼 이같은 공방전은 극장개봉시의 논란과 맥을 같이하고 있지만 프로테이프의 특성상 더욱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재연=시민단체인 음대협은 「거짓말」의 비디오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새한측에 지난 1일 공문을 발송했다. 음대협은 이 공문에서 『음란물 시비로 사회적인 논쟁에 있는 영화를 비디오로 출시하여 보급하는 것은 우리사회에 향후 저질 음란물의 범람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번 영화 「거짓말」의 비디오 판권 계약을 취소하여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새한(대표 최정덕)은 『「거짓말」의 비디오 출시에 법적 하자가 없으며 비디오 출시를 철회할 경우 그동안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없어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정대로 출시할 계획』이라는 공문을 지난 8일 음대협측에 발송, 「거짓말」 비디오 출시를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새한의 관계자는 『현재 「거짓말」의 비디오 판권은 투자사인 미래에셋이 소유하고 있으며 새한은 「거짓말」의 제작단계에서부터 투자에 참여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며 『약 6만∼7만장 정도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거짓말」을 출시하지 못할 경우 약 10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새한의 입장에서는 음대협측의 「비디오 출시 중단 요청」이 10억원의 손실로 이어지는 셈이다.

음대협측은 새한이 비디오 출시를 강행할 경우 다른 시민단체들과 협력해 새한그룹 계열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미래에셋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음란물 제작에 투자하는 회사』라는 압력을 넣겠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말해 시민단체의 힘을 빌려 총력전을 펼쳐서라도 비디오 출시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쟁점과 파장=음대협이나 새한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은 「거짓말」 비디오 출시가 극장 개봉시보다 더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음대협은 「거짓말」 비디오가 불러올 문화적인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사적인 매체인 비디오의 특성상 「거짓말」 비디오는 극장 상영시보다 미성년자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장소인 극장의 경우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지만 대여점이나 비디오방을 통해 미성년자들이 「거짓말」을 시청하는 것을 막기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음대협 입장에서는 「거짓말」의 비디오 출시는 『성인 관객들이 보기에도 음란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영화를 청소년들이 보도록 허락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또한 이제까지 비디오 제작의 관행으로 볼 때 「거짓말」이 히트하면 이와 비슷한 아류 에로물이 양산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안방극장에 음란물이 넘쳐 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기필코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한은 산업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비디오 시장이 영화산업의 일부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에서 개봉된 작품의 비디오 출시가 차단된다면 해당 업체의 피해는 물론이고 양대 산업의 공조체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는 것.

새한의 관계자는 『현재 우리영화를 제작할 때 비디오 제작사가 판권확보 차원에서 제작비를 사전 지원하는 것이 일반화돼있는 상황이며 「거짓말」의 비디오가 출시되지 못한다면 비디오 제작사들이 사후 판권 확보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이 경우 우리영화 제작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영화제작사가 혼자 떠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전망=「거짓말」의 비디오 출시 여부는 음대협과 새한의 손을 떠났다. 음대협이 「거짓말」의 출시 중지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비디오로 출시되는 「거짓말」의 내용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는 등 타협 가능한 요구안을 내놓지 않는 한 양측은 한쪽이 질 수밖에 없는 「제로 섬」 게임을 향해 치닫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한측은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점을 들어 3월초 비디오 출시를 강행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거짓말」의 비디오 출시는 예정대로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음대협측의 고발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이 「거짓말」에 음란성이 있다며 음대협측의 손을 들어준다면 비디오 출시 자체가 힘들어진다. 현재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은 오는 10일과 11일 양일간 제작사인 신씨네 대표 신철씨와 장선우 감독을 소환해 피고발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또 다른 하나의 가능성은 음대협이 시민단체와 연계해 새한그룹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일 경우다. 이 불매운동에 일반 시민들의 참여와 호응이 높아 「10억원 이상의 손해」가 예상된다면 그룹 차원에서 「거짓말」의 출시를 보류할 가능성도 높다.

결국 「거짓말」의 비디오 출시를 둘러싼 음대협과 새한의 공방은 시민들의 판단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