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해킹이 이어지면서 각국이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다. 세계 최대 웹 사이트 야후에 이어 도서 전문 사이트 아마존, 뉴스 전문 방송 CNN의 웹 사이트, 경매 사이트 e베이가 해킹 피해를 당했으며 사이버증권거래업체 E트레이드의 웹 사이트, 뉴스 사이트 ZT넷 등도 피해를 입어 1∼2시간씩 접속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그야말로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해커들의 파상적인 공세가 벌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해킹 사고에 대한 위험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돼왔던 것이다. 미국 국방부의 전산망이 해커의 침입을 받았고 나스닥시장이 해커들에 의해 서비스 차질을 빚었으며 10대 해커들이 세계 최대 통신서비스업체인 AOL의 메시지시스템에 침입하는 등 이미 해커들이 정부·기관·업체들의 전산시스템에 침투해 피해를 주는 사례가 급증해왔기 때문이다.
해킹에 의한 피해는 해외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정보보호센터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매년 해킹 사고가 늘어나 지난해의 경우 총 571건이 발생해 98년의 158건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해킹 사고 가운데 국내에 있는 해커가 국내업체나 기관을 대상으로 해킹한 것에 비해 외국 해커들이 국내업체나 기관을 공격한 경우가 두배나 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세계적인 해킹 사고를 우리도 해킹에 대한 대응체계를 하루 빨리 구축해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해킹은 인터넷 시대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범죄일 수 있다. 국가나 기업의 정보가 유출되거나 국가전산망이 불통되고 일반 개인들의 정보관리에 혼란이 온다면 국가경쟁력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등 기업과 인간의 경제활동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인터넷이 불통되거나 잘못된 정보가 돌아다닐 경우 엄청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범국가 차원에서 해킹과 사이버테러에 대한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해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집권 자민당에서는 종합대책실 설치 운영과 법령정비들을 통해 해커와 사이버테러에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의 대응은 지극히 미온적이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국내에는 경찰청에서 컴퓨터범죄수사대, 대검에서 컴퓨터범죄 전담수사반이 운영되고 있으며 정보보호센터에서 해킹과 관련한 통계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이나 대검 수사반은 국가 기간전산망이나 산업전산망에 대한 방비에 치중하고 있어 인터넷상의 일반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응조직뿐만 아니라 범죄를 행한 해커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토대도 명학하게 마련돼 있지 않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화사회는 기업과 개인, 기업과 기업, 기업과 국가, 개인과 국가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이같은 신뢰의 기반을 허무는 해킹은 그 어느 범죄보다 엄중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국제적인 해킹사고를 계기로 사회에 해악을 끼친 해커들에 대한 처벌을 포함해 사이버 범죄를 근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법령과 조직을 조속히 만드는 한편 해커들의 침입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개발체계 구축에도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