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주 윌슨빌에 있는 샐리 웰스 여사(35)는 4명의 자녀와 14마리의 소를 돌보고 있는 평범한 주부였다. 축산학 학사인 웰스 여사는 오랫동안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포틀랜드 주립대에 등록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녀의 인생에 전환점이 온 것은 지난해 초 인터넷 교육 사이트인 「존스 인터내셔널(사진 http://www.jonesinternational.edu)」대에 입학하면서부터. 존스 인터내셔널은 미국 최초로 인터넷에서만 운영하며 정식 학위까지 주는 명문 사이버 대학이다. 그녀는 이곳에서 축산과 마케팅 2개 과정에 등록한 후 매일 집에서 존스 인터내셔널의 「가상 강의실」에 접속, E메일을 통해 강의물을 내려 받고 과제를 제출하는 등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웰스 여사처럼 집 또는 회사에 다니면서도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 명문인 컬럼비아, 텍사스, 버클리 대학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존스 인터내셔널 대학의 경우 1400명의 학생들이 등록했고 이 가운데 3분의 1은 정식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또 취향에 따라 아이송(http://www.isong.com) 웹사이트에서 기타를 배울 수도 있고 뉴프라미스(http://www.newpromise.com)라는 사이버 대학을 찾으면 위스콘신과 미시간 등을 비롯해 미국의 10여개 대학 정규 학위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이수할 수 있다. 현재 이 학교에 개설된 전공과목의 수만도 경영, 체육, 상담 심리학 등을 비롯해 173개에 달하며 모두 정식 학위를 수여한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사막 도시인 피닉스에 달랑 건물 2동밖에 없는 피닉스대. 캠퍼스에는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지 않지만 이 학교 재학생은 미국 서부와 동부는 물론 세계 21개국에서 만날 수 있다.
피닉스대는 10년 전부터 「온라인 캠퍼스(사진 http://online.uophx.edu/Default.asp)」를 개설해 학생들에게 재택 수업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피닉스대에서 현재 수업하는 학생은 4000명이 넘지만 실제 피닉스대 캠퍼스엔 단 한번도 와보지 않고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800명에 달한다.
또 지난해 7월 시카고, 스탠퍼드, 컬럼비아, 카네기 멜론대와 런던대 등 미국과 영국의 명문대학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다국적 경영대학원(MBA)도 설립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교육기관인 「유넥스트(http://www.UNext.com)」가 운영하고 있는 「카딘(Cardean)」이라는 MBA 과정이 바로 그것.
이 학교에 입학하면 이들 5개 회원 대학 유명 교수들의 강의를 인터넷 등을 통해 자유롭게 청강할 수 있다. 아직 정식 학위를 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유넥스트는 졸업생들에게 회원 대학의 학위 대신 유넥스트의 자체 석사 학위(카딘 MBA)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비롯해 MIT의 슬로안, 펜실베이니아의 워튼 등 미국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경영대학원들도 최근 앞다퉈 인터넷과 위성 등 첨단 IT기술을 접목시킨 원격교육 강좌를 다양하게 개설하고 있다. 이들 강좌는 미국의 직장인들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한국의 삼성그룹과 홍콩의 캐세이퍼시픽항공사 등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MBA프로그램까지 속속 선보이고 있다.
가상공간 속의 온라인 학교지만 아무나 입학할 수는 없다. 피닉스 온라인대에 입학하려면 나이는 23세 이상이어야 하고 뛰어난 영어실력과 최소한 3년 이상의 직장 경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까다로운 입학시험까지 치러야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이 학교에 입학하려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몰려들고 있다.
온라인캠퍼스의 장점은 일단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해 공부할 수 있다는 것. 미국 대학이 교수 1인당 평균 학생수가 12명이 넘는 수준인데 비해 피닉스 온라인 대학에서는 교수 1인당 9명의 학생이 한 조를 이뤄 인터넷 교실에서 서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눈다.
온라인 수업과 토론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실에서는 적극적인 성향의 학생이 주로 발표나 질문을 맡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수업에 어울리지 못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온라인 캠퍼스의 학생은 전자게시판에 글을 올리지 못하면 바로 학점에 영향을 받는다. 또 얼굴을 마주보지 않으면서 말이 아닌, 생각을 정리한 글로 토론하기 때문에 수업의 참여와 효과가 훨씬 높다는 게 피닉스대 측의 설명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공부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사이버 캠퍼스에 등록,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필요할 경우 석·박사 학위도 딸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점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