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인더뉴스> 코리아인터넷홀딩스 김동재 사장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제 벤처기업가의 길로 접어든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길 생각입니다. 코리아인터넷홀딩스는 국내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된 회사이기 이전에 그 자체가 벤처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8개 국내 리딩벤처기업 출자로 설립된 코리아인터넷홀딩스(KIH)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된 김동재 사장(39)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벤처기업가로의 변신에 한층 고무돼 있다. 그동안 그려온 각종 계획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심을 부리지는 않겠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큰 게임을 그르친 데는 거만함과 탐욕이라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을 하면서도 이를 가장 경계할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직원들을 뽑는 데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현재 인터넷·재무·시장·행정 총괄을 담당할 4명의 직원을 채용했습니다. 모두들 그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들이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김 사장은 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스타일상으로는 삼국지의 조조에 비유될 만하다. 치밀한 분석능력과 시대를 읽어내는 통찰력, 그리고 추진력까지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8명의 리딩벤처기업 사장들도 이런 점 때문에 한국 벤처문화를 이끌어갈 KIH의 CEO 자리에 교수출신의 그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물론 김 사장도 CEO 제의를 받고 이틀 만에 수락했다. 의사결정에 자문을 구한 것은 자기 자신과 부인밖에 없었다.

『집사람은 인디애나 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음악도입니다.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아내에게 가장 상식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데 그 답이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가」하는 매우 근본적인 질문과 답이 이어졌죠.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서 나오는 답변이 가장 좋은 사업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에는 상식이 통해야 하는 법이죠.』

이런 김 사장의 분위기는 그동안 거쳐온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김 사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전략경영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고 매킨지에 입사, 서울사무소 창립멤버로 활동했다. 이때 처음으로 이론을 현장에서 실현하는 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 미국 일리노이 어배나-섐페인대 경영학과 교수로 일하던 김 사장은 지난 96년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국제경영학과 교수 제의를 받고 다시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벤처와의 인연은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할 때 경북대 이장우 교수와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대학 선배기도 한 이 교수와의 만남은 오늘의 KIH CEO 자리와 인연이 촉발된 첫 계기이기도 하다. 이 교수와 만남이 지속될수록 김 사장의 벤처에 대한 관심은 더 증폭됐으며 결정적으로 이 교수와 방문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역동성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져줬다.

대우·삼성·SK·LG 등 대기업 CEO의 경영자문이나 매킨지 컨설턴트 생활을 하며 일정부분 존재했던 이론과 현실의 괴리감이 일순간에 해소됐다. 『대기업들을 컨설팅하면서 전략은 많은데 실행이 뒤따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항상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그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한 수많은 고민을 했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습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스피드를 경험하고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행상의 모델을 벤처기업에서 찾은 것입니다. 그동안 배워왔고 연구했던 기업에 대한 기본 가정이 파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벤처기업에 대한 김 사장은 탐구는 집요했다. 이장우 교수와 실리콘밸리 진출기업 사례분석을 통한 한국벤처기업의 국제화 전략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 것도 이 시기다.

김 사장이 세운 KIH의 기본전략은 벤처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기업생태계를 조성해나가는 것이다.

『100억원의 자본금은 실질적인 벤처지원을 위한 금액이 아닙니다. 8개 리딩벤처기업이 뜻을 같이했다는 상징적인 의미입니다. 실질적인 벤처지원은 3월쯤 첫선을 보이게 될 「국민엔젤펀드」를 통해 조성하게 될 1조원 규모의 펀드로 이뤄질 것입니다. KIH와 인연을 맺게 되는 벤처기업들은 자금, 경영노하우, 전략적 네트워킹 등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얻게 될 것입니다. 또 국민엔젤펀드에 참여하게 될 투자가들도 물론 이들 벤처기업과 함께 그 열매를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국민엔젤이기에 책임감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김 사장의 사무실에는 컴퓨터 한 대와 전화기, 넓은 회의용 테이블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다.

『이동전화 하나만 있으면 제가 있는 곳 어디든지 사무실이라고 생각합니다. KIH의 사업모델은 손정의씨의 소프트뱅크입니다. 일부에서는 손정의 펀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소프트뱅크의 사업모델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빠른 의사결정 모델이 오늘의 손정의씨를 있게 했듯이 KIH도 구성원 하나하나가 대표성을 갖고 움직이는 사무실 혹은 기업 자체가 될 것입니다.』

김 사장은 20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미국 실리콘밸리를 다녀올 계획이다. 이미 KIH의 사업모델에 대한 국내 가설검증은 완료했고 이번 출장을 계기로 해외 타당성 검증까지 마무리할 생각이다. 물론 그가 돌아오는 2월말에는 KIH가 본격적인 닻을 올리는 시점이 될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져올 그의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 벤처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된다.

약력 △61년 서울 출생 △80년 대전고 졸업 △85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87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9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박사(전략경영 전공) △92∼94년 매킨지 경영 컨설턴트 △94∼96년 미국 일리노이 어배나-섐페인대 경영학과 교수 △96∼2000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국제경영학과 교수 △코리아인터넷홀딩스 대표이사(현재)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