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생산장비 기술 동향

PCB산업은 장치·소재 산업이다. 어떠한 소재에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느냐가 PCB의 품질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여기에다 새로운 PCB 제조 및 공법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어 장비 및 소재의 선택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처럼 PCB 라이프 사이클이 길었을 때는 선발업체가 사용해 신뢰성이 입증된 장비 및 소재를 사용하면 사업의 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소재·장비의 신뢰성이 입증될 때까지 기다리면 경쟁업체는 이미 저만치 앞서 가 있다. 시장의 수요에 제때 대응할 수 있도록 적기에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는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의 패러다임이 정착된 것이다.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은 소재·장비를 채택하려니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설비 투자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국내 PCB업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PCB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대부분의 주요 PCB업체들이 생산설비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소재·장비에 대한 정보는 국내 PCB업체의 최대 현안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국내 PCB업계의 화두로 대두된 최신 PCB 소재 및 장비 기술 발전 트랜드에서 나타나는 경향을 보면 △자동화 △고가화 △반도체 기술 접목 △고밀도·박판화 △환경 친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PCB 소재 및 장비의 자동화 추세는 이제 대세다. 과거처럼 공정별로 나눠 생산하면 생산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노광공정에서 제품 검사까지 모든 공정을 일관라인 체제로 구축해야만 단납기 체제에 대응할 수 있다. 또 가격으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대만 등과 경쟁할 수 있다.

이미 선발 PCB업체들은 기존 수동노광기를 자동노광기로 대체하고 있으며 도금공정도 기존 수직도금 방식에서 수평도금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PCB 잉크 및 드라이필름·각종 산환처리제·도금제 등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품질이 요구되고 있다. 일부 선진업체의 경우 필름·노광·현상 공정까지 생략할 있는 다이렉트이미징 공법까지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주요 PCB업체의 공장 길이가 과거보다 길어지고 있다. 생산라인의 인라인(In-Line)이 급진전되고 있다는 증표다.

소재·장비의 고가화 추세는 더욱 급피치를 그리고 있다. 과거에는 대당 가격이 수천만원, 비싸야 1억∼2억원 정도에 달하던 각종 PCB 장비가 최근 들어서는 대당 4억∼5억원은 보통이고 자동검사장비(AOI)의 경우에는 대당 10억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따라서 월 2만㎡ 정도의 다층인쇄회로기판(MLB) 생산설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산 설비만도 150억원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CB 생산 장비·소재의 고가화 바람은 반도체 패키지 기술이 PCB에 접목되면서 더욱 급상승 커브를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장비·소재와 PCB 장비·소재는 확연히 구분되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별 구분이 안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BGA·CSP·COB·MCM 및 플립칩 등 첨단 반도체 패키지 공법이 PCB 제조공법에 접목되면서 PCB 제조 환경은 반도체 제조 환경에 버금가는 수준에까지 도달해 있다.

여기에 빌드업 기판으로 대표되는 PCB의 고밀도·박판화 경향은 국내 PCB업체의 제조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우선 기존 PCB 제조 공정중 핵심 공정인 홀가공에 사용되는 메커니컬 드릴로는 빌드업 기판을 적용할 수 없어 레이저 드릴이 대거 도입되고 있다. 또 홀 구경이 작아지고 밀집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존 검사장비로는 제품 분량을 판별하기 어려워 AOI 장비가 대거 생산 라인에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빌드업 공법도 크게 변화돼 기존 핵심소재인 드라이필름과 레진코팅원판(RCC)보다는 열경화성 잉크를 이용한 TCD공법이나 포토비아공법 등이 실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PCB 원판은 물론 코팅·현상·에칭·박리 등 각 공정별 생산장비 및 화학 첨가제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한편 환경도 국내 PCB업계에 빼놓을 수 없는 제조 설비의 상수로 자리잡고 있다. 환경친화적으로 PCB 제조 설비 환경을 구축하지 못하면 수출은 물론 내수 시장에도 공급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특히 환경친화적 PCB 소재 및 약품의 사용은 지구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이에 대한 국내 PCB업계의 대응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