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반도체장비 업계에서 불기 시작한 정보통신·인터넷분야로의 사업확장 바람이 올해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반도체장비 업체들은 최근 앞다퉈 자회사 설립·지분투자·인큐베이팅 등의 형태로 정보통신·인터넷분야로 사업영역을 새로 넓혀가고 있다.
◇배경
반도체장비 업체들이 정보통신·인터넷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반도체 경기호조에 따른 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자금력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불황의 터널을 뚫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되기 시작한 반도체장비 시장이 향후 2∼3년간 호황을 띨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전망이 밝은 정보통신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업체들은 이른바 「올림픽 사이클」로 불리는 반도체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반도체장비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측면도 크다.
◇현황
미래산업·케이씨텍·주성엔지니어링·디아이·다산씨앤드아이·실리콘테크·연우엔지니어링 등의 반도체 전·후공정장비 제조업체들이 정보통신·인터넷분야로의 진출에 적극적이다.
미래산업(대표 정문술 http://www.mirae.co.kr)은 지난해 인터넷 포털서비스업체인 라이코스코리아의 지분 50%를 투자하고 소프트포럼을 설립한 것을 계기로 반도체장비 업체 중 가장 먼저 인터넷사업에 뛰어들었다. 올해 들어 이 회사는 인터넷부문을 21세기 전략사업으로 정하고 올해에만 1000억원을 투입해 「미래인터넷기업백화점」을 설립하는 한편, 이미 투자한 센맨토링·나라비전·인피니티텔레콤 외에 20여개 이상의 업체에 지분인수 형식으로 참여하고 24개사의 인큐베이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케이씨텍(대표 고석태 http://www.kctech.co.kr)은 지난해 12월 세트톱박스 및 무선통신용 소프트웨어·기기 제조업체인 디오텔을 설립해 정보통신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지난 1월말 인터넷 웹TV업체인 한국웹TV의 1대 주주(총 지분율 37%)가 됐다. 한국IT벤처투자에도 출자한 케이씨텍은 올해 30억원을 추가 투자해 2개 정도의 정보통신 관련업체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 http://www.jseng.co.kr)은 지난해 인터넷 포털서비스업체인 「컴퓨터와춤을」에 투자한 데 이어, 이달 초 무선 인터넷서비스 관련 벤처기업인 이지엠닷컴(easyM.com·대표 전경일)의 3차 유상증자분을 전액 인수하는 형식으로 70억원을 투자, 지분 25.01%를 확보함으로써 이지엠닷컴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회사는 이번 투자로 무선인터넷사업부문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디아이(대표 박원호 http://www.di.co.kr)는 정보통신 자회사인 디아이텔레콤을 비롯해 지난해 10월 미국 밀리터론, LG창업투자와 공동으로 밀리터론코리아를 설립, 무선통신장비사업에 뛰어들었다. 또한 우리기술투자·한솔창투·강남종합유선방송·아스텍 등에도 지분투자해 놓고 있다.
다산씨앤드아이(대표 오희범 http://www.dasancni.com)는 올해 1월 바코시스템과 「자동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시스템(Automatic Digital DataBase System)」에 관한 특허출원기술의 소유권과 전용 실시권을 이전받는 계약을 맺고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사업에 진출했다.
실리콘테크(대표 우상엽 http://www.stl.co.kr)은 지난 98년 회사내에 정보통신부문을 설립, 인터넷을 통해 음성통화가 가능한 게이트웨이 장비 및 소프트웨어 사업에 나서고 있으며 정보기술 솔루션·컨설팅사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이달 초 「윈윈(Win-Win)창업투자」를 설립, 신생 전자정보통신업체에 대한 인큐베이팅에도 본격 나섰다.
연우엔지니어링(대표 이건환)은 현대멀티캡·인성정보·한국IT벤처투자 및 미국의 인터넷 및 생명공학부문 벤처캐피털인 아담벤처와 레드리프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레드리프사와 공동으로 국내 인터넷 벤처기업인 동진프런티어와 아라기술에 투자했다.
◇전망
결론부터 말해 반도체장비 업체들의 정보통신·인터넷으로의 진출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장비 업체들은 올해는 물론 향후 몇년간 반도체경기가 호조를 띠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나오는 여유자금을 장비기술 개발 외에 신규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반도체장비를 개발·생산해오면서 축적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보통신 관련장비 및 소프트웨어 사업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업체들은 올해도 지분출자하는 방식으로 정보통신·인터넷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쟁이 매우 치열한 정보통신·인터넷시장 사업특성을 감안해 볼 때 반도체장비 제조업체들의 사업다각화가 향후 의도만큼이나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