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시스템을 무상 혹은 초저가로 공급해 「보안 솔루션 가격 파괴」를 선언한 대규모 종합 인터넷 보안서비스 업체가 등장해 보안업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국민PC 소프트웨어업체인 한국소프트중심, 두산건설, 범아종합경비는 시큐어소프트 창업자 겸 전 대표인 김호성씨를 비롯한 정보보안 전문가와 공동으로 인터넷 보안서비스 업체인 사이버패트롤(대표 김행원)을 설립했다고 14일 밝혔다.
자본금 50억원으로 출발한 사이버패트롤은 인터넷 보안 솔루션을 대량으로 구입해 고객들에게 무상 또는 초저가로 공급키로 했다.
특히 업체별로 흩어져 있는 인터넷 보안서비스를 통합, 보안시스템 진단에서 설계·구성·평가·인증·보험에 이르기까지 종합 보안서비스를 제공해 서비스 수수료를 크게 낮출 계획이다. 또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자본금을 올 상반기 안으로 150억원으로 확대하고 100억원 규모의 보안 전문 펀드인 「E시큐리티 펀드」를 운영해 보안 솔루션업체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이를 통해 이 회사는 2001년 400억원, 2002년 10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할 계획이다.
사이버패트롤은 먼저 다음달부터 신청을 받아 보안시스템이 필요한 기업, 정부기관, 소규모 사업자 등 100여곳을 선정해 방화벽, 침입탐지시스템(IDS), 바이러스 백신을 무상으로 공급하고 1년간 무료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제휴사 전자상거래 시스템과 홈페이지를 24시간 관리하는 보안 상황실을 운영하고 보안 컨설팅 및 취약 네트워크 분석·보안관리 대행·보안교육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의미와 전망=컨소시엄 형태의 거대 사이버 보안서비스업체가 최근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안철수연구소·데이콤·펜타시큐리티가 공동으로 보안호스팅 서비스업체인 코코넛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에스원·신원텔레콤·싸이버텍홀딩스·어울림정보기술이 이글루시큐리티를 출범시켰다. 또 SK상사와 장미디어인터렉티브가 보안메일 서비스 전문업체인 데일리시큐어를, 한국소프트중심·두산건설·범아종합경비가 사이버패트롤을 설립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하반기 이후 연이어 보안서비스와 관련해서만 4개 컨소시엄이 출범했으며 참여업체 수만도 15개사에 달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기업과 보안솔루션 업체를 중심으로 몇몇 업체가 컨소시엄을 준비중이어서 이같은 보안컨소시엄 설립 붐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는 국내 보안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기업체별로 보안 전문 인력이 전무해 보안을 담당할 인원이 없어 보안솔루션 공급 못지않게 이를 관리하고 책임질 보안서비스의 비중이 높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국내에서 「보안서비스」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동안 주로 보안솔루션 업체가 제품을 공급하고 부수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였다.
이같이 매머드 보안서비스 업체가 잇따라 출현하면서 몇가지 측면에서 국내 보안시장에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우선 국내 보안시장이 솔루션에서 점차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솔루션 업체가 시장을 주도했다면 이후에는 서비스 업체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케팅이나 제품공급 측면에서 「돈」과 「시장 지배력」을 가진 거대 서비스 업체가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업체는 컨설팅·교육·시스템관리 등 보안서비스를 전담하며 솔루션업체는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비스업체가 시장주도권을 잡아가면서 이들 업체를 중심으로 솔루션업체의 합종연횡이 잇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국내 보안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치열한 시장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품 품질부터 가격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경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이버패트롤은 솔루션과 서비스 가격파괴를 선언하고 후발업체의 핸디캡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다른 업체도 차별된 서비스 제공이나 가격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여 살아남기 위한 한판 진검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보안 전문가들은 『보안서비스 업체가 매출과 비용을 맞추는 데는 최소한 회사 설립 이후 3년 정도가 필요하다』며 『국내 시장 규모와 이같은 매출 테이블을 고려할 때 치열한 시장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보안 서비스가 전세계적으로 이제 막 형성되는 점을 노려 국내보다는 세계 시장으로 적극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정보보호 시장은 인터넷 이용 인구의 급증과 전자상거래 활성화, 최근 잇따른 해킹피해와 맞물려 올해 1500억∼200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