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컴퓨터가 무섭지 않아요』 『너무 재미있어요』 『아이들 숙제 도와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서울시 양천구의 한 정보처리학원. 한가한 오전 11시인데도 강의실마다 가득찬 주부들은 생전 처음 접해본 인터넷교육에 대해 이구동성 감탄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정통부가 가정정보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준비중인 100만 주부인터넷교실이 벌써부터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이 정보처리학원은 정통부로부터 100만 주부인터넷교육을 위한 시범사이트로 지정받아 여타 800여 컴퓨터학원보다 한달 앞선 지난 7일부터 지역주부 대상의 인터넷교육과정을 개설했다.
학원측은 애당초 주부인터넷교육 정원을 월 300명 수준으로 잡았으나 원생모집 5일만에 450명의 주부들이 몰려들어 교육정원을 350명으로 늘리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강의실을 풀가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학원관계자들은 무엇보다도 주부원생의 결석률이 극히 낮고 70대 할머니까지 수강신청에 나서는 등 예상보다 훨씬 높은 주부들의 인터넷교육열기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주부원생 중 최고령인 박미정씨(73)는 『젊은 사람들 따라 공부하기가 무척 힘들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잠시후 이 고참주부는 주변 원생들의 도움으로 「삼성 지펠냉장고의 가격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월 20시간 과정인 주부 인터넷교실은 대부분의 학습시간이 인터넷으로 신문보기나 기차표예약 등 생활관련 정보검색과 인터넷 홈쇼핑, 전자우편, 음란물 차단방법에 할애된다.
특히 인터넷업계에서는 전국 100만여 주부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이번 주부인터넷교육과정에 자사의 웹사이트가 포함될 경우 인터넷 홈쇼핑시장 선점에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주목하고 주부인터넷교재 선정과 관련해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경정보처리학원 김승집 원장은 『가정경제권을 잡고 있는 주부층이 인터넷에 눈뜨기 시작함으로써 사회적, 경제적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면서 『전업주부들의 정보화수준이 크게 향상됨으로써 자녀와 부모간의 세대갈등이 줄고 여성창업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원의 주부원생 황윤수씨(35)는 인터넷교육을 마치면 무엇부터 할 계획인지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쇼핑, 전자우편도 좋지만 우선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컴퓨터에 음란사이트 차단프로그램부터 설치할 생각입니다. 이젠 어림없지요』.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