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촌이 인터넷 열기로 뜨겁다. 기업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네티즌을 겨냥해 인터넷에서 직접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사업에 잇따라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이 대열에는 전통적인 유통·소매업체는 물론 농업과 제조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마치 전세계 모든 회사들이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마저 느낄 수 있다.
그 결과 전세계 회사들은 이제 대부분 웹사이트를 개설, 소비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사정은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회사의 웹사이트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모든 회사가 인터넷에 웹사이트를 개설, 제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해서 모두 하루아침에 인터넷에서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성공신화 못지 않게, 실패한 사례도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최근 필자가 면담한 미국의 한 종묘회사는 1000여종에 달하는 농산물의 씨앗과 구근 등을 직접 농가에 판매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가 총판 등 중간유통회사들의 조직적인 반대에 부딪혀 불과 한달만에 이를 폐쇄하는 쓰라린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무엇보다도 총판과 대리점들이 본사가 인터넷을 통해 농가에 직접 판매하는 제품을 매장 진열대에서 회수해 반품하는 등 회사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반대는 또 회사 내부에도 있었다. 상당수 마케팅 관련부서 직원들이 회사 안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약화될 것을 우려해 회사의 전자상거래 정책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회사는 결국 인터넷을 통한 직판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마케팅 체계를 성급하게 인터넷 위주로 개편하다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이를 완전히 포기하거나, 그 내용을 대폭 수정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광고비를 들 수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사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이를 네티즌에게 알리는 광고비 부담이 치솟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이 작년 상반기에만 8600만달러를 광고 및 마케팅비용으로 지출했고, 또 인터넷에서 컴퓨터 관련정보를 제공하는 웹미디어 회사인 「C넷」도 작년 광고예산으로 무려 1억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만 해도 수천개 인터넷회사들이 매일 치열한 광고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수백만달러쯤 쏟아부어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시장을 초기에 석권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홍보에 적극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상당수 인터넷기업들의 광고비 지출은 매출액보다 더 많은 경우도 속출, 회사경영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한 직판은 또 대리점을 비롯한 기존의 협력업체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일쑤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인 포드와 크라이슬러가 각각 최근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 판매정책을 발표하기가 무섭게 전미자동차딜러연합회가 크게 반발하고 나서, 현재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온라인 판매는 또 그 성격상 전통적인 매장판매에 비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등 취약점도 여러 곳에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소량주문을 처리하는 과정이 번거로운 데다가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기도 어렵다. 테니스화 제조업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는 대부분 운동화만 팔기 때문에 양말과 햇볕을 가려주는 머리챙까지 한꺼번에 구입할 수 없다.
이러한 사례에서 우리는 제품판매를 위한 웹사이트를 성급하게 건설하는 것보다 기존의 대리점 등 중간유통회사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예외적으로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한 직접판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분야도 상당수 있다. 인터넷은 우선 노인·학생·장애인 등 특정한 목표시장을 새롭게 개척할 때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인터넷은 또 팔다 남은 재고상품, 특산품, 주문상품 등을 판매할 때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