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미로 헤매는 「입장권 통합전산망」 구축

지난 98년부터 문화관광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입장권 통합 전산망」 구축 사업이 이해 당사자간의 첨예한 대립속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올해도 여전히 미로속을 헤매고 있다.

「입장권 통합 전산망」은 공연장·극장·경기장·관광 시설 등 각종 시설의 입장권 판매 업무를 전산화하고 통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매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용자들이 손쉽게 전화 또는 인터넷을 통해 입장권을 구매 또는 예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입장권 통합 전산망」 구축은 이같은 분명한 명분과는 달리 진행과정이 매우 불투명하게 이뤄져 정상적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진행과정>

「입장권 통합 전산망」 구축 사업은 지난 98년부터 문화부가 추진해 왔다. 당초 지구촌정보서비스(티켓링크)·한국정보통신·한국컴퓨터 등 3개사를 대상으로 전산시스템 구축업체 선정작업에 착수, 같은해 12월 12일 티켓링크 시스템을 입장권 통합전산망 구축을 위한 운영시스템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대한 독점 시비가 일었고 시스템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당시 문화부는 「현장 매표소 통합전산망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국·공영 공연장에 대해 3년간 시범 전산망으로 운용한다는 다소 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이후 문화부는 국내 예매 시장의 70%에 달하는 영화관을 대상으로 티켓링크 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했으나 수수료 문제로 극장주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이같은 상황에서 문화부는 극장주들에 대해 시스템 도입을 강제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티켓링크 시스템의 도입을 권고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세청은 지난해 9월 영화관 등 「문화·관광 체육시설 운영사업자」에 대해 세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문화부가 선정한 「문화·관광 표준 전산망」을 99년 12월말까지 도입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문화부는 이달 2일 극장협회 등에 「입장권 통합 전산망」을 도입할 경우 스크린쿼터 일수 20일 경감 등 혜택을 주겠다며 「입장권 통합 전산망」 도입을 재차 촉구했다.

문화부와 국세청이 이처럼 티켓링크 시스템 도입을 촉구하는 상황이 되자 한국컴퓨터·인터파크·저스트커뮤니케이션 등으로 이뤄진 입장권 전산망 서비스업체 협의회는 극장주측에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조건으로 민간 차원의 통합전산망 구축을 추진,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간 쟁점>

현재 이해 당사간의 최대 쟁점 사항은 수수료 문제와 민간 차원의 시장경쟁 원리 도입 문제다.

△문화부 입장-영화관 등 민간업체들의 티켓링크 시스템 도입을 권유하고 있으나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강요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전면에 나서는 것은 다소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 입장-조속한 세수 투명성 확보라는 목적을 위해 입장권 통합 전산망 사업의 전면에 나서고 있으며 현재 표면적으로는 문화부보다 오히려 입장권 통합 전산망 사업의 주체가 되고 있는 상태다. 국세청은 영화관 등이 이를 도입치 않을 경우 세무조사 등을 실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극장 협회 입장-극장주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극장협회는 「입장권 통합 전산망」을 도입할 경우 입장권을 판매할 때마다 장당 90원에서 150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독자적인 전산시스템 도입을 진행해 왔다. 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입장권 통합 전산망」 도입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구촌정보서비스 입장-전국적인 통합 전산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수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으며 일부 업체가 주장하는 시장 경쟁 논리는 근거가 취약하다는 입장이다. 사업자 선정 당시 탈락됐던 업체가 지금에 와서 시장경쟁 원리를 운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정부가 그동안 추진했던 각종 사업자 선정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민간업체 입장-한국컴퓨터와 저스트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한 민간업체 진영은 예매시장을 특정업체가 독점해서는 안되며 민간업체간 자유로운 경쟁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자유경쟁 체제를 인정치 않을 경우 극장주들에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독자적인 입장권 통합 전산망을 구축,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전망>

워낙 이해 당사자간에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여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의 진행 상황만으로 본다면 정부와 지구촌정보서비스가 주도하는 티켓링크 시스템 기반의 「입장권 통합 전산망」과 극장주·입장권 전산망서비스업체협의회 등을 주축으로 한 「민간 입장권 통합전산망」 등 2개의 망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2개의 통합 전산망간에는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현상황에선 극장주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민간 진영의 전산망이 다소 유리할 전망이다. 또한 문화부가 당초 추진했던 「현장 매표소 입장권 통합전산망」 사업은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고 지국촌정보서비스는 시장독점에 대한 기득권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파행 사태의 재연을 막기 위해선 정부와 지구촌정보서비스가 명분과 기득권을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극장주들과 민간업체들을 끌어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현단계에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보인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