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박광선 기술산업부장
기술개발 못지 않게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새 천년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식창조 사이클이 부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계적이고 일관적인 지재권관리를 위한 특허행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예고된 특허전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선진특허행정을 하루 빨리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오강현 특허청장은 『지난해 최대 당면과제였던 특허심사처리기간을 단축시켜 심사·심판의 질적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지식재산창출촉진을 위한 환경조성과 특허기술 사업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허행정의 총 책임자인 오강현 청장을 박광선 기술산업부장이 만나봤다. <편집자>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는 기술, 특허전쟁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적재산권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적재산권제도 전반의 현주소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국내 지적재산권제도는 77년 특허청 개청 후 현재까지 외형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산업재산권 총 등록수가 100만건, 연간 출원건수가 20만건을 넘어서는 등 세계 4위의 출원대국으로 부상한데다 지난해 1월에는 온라인 전자출원을 위한 특허넷 시스템을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통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또 지난해 말 최대 현안이었던 특허심사처리기간을 선진국 수준인 24개월로 단축시키는 한편 PCT 국제조사기관 및 국제예비심사기관으로 업무를 개시하는 등 국제적 지위가 격상됐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재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식재산 창출기반이 전반적으로 취약한 것이 아쉽습니다.
-최근 국회에서 변리사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특허청 심사관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정안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청장께서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어떻게 강구중이십니까.
▲지난해말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변리사법 개정안은 특허청 직원에 대한 변리사 자동자격부여제도를 폐지하고 변리시장에 법인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적하신대로 변리사자격 자동부여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점을 우려해 그동안 청에서는 규제개혁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 변리사자격부여제도의 존속을 주장해왔고 규제개혁 지침이 확정된 후에는 재직 공무원에 대한 경과조치의 반영을 건의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안은 확정됐습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조직안정과 특허행정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나갈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변리사 2차시험제도를 기존의 이론·지식 위주에서 현실적용이 가능한 사례위주의 문제 출제로 전환해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토록 하고 매과목 40점 이상, 평균 60점 이상을 획득한 자는 모두 합격자로 처리하는 절대평가를 도입해 변리시장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나갈 방침입니다.
-선진국은 자국의 지재권 보호를 위해 그 범위를 확대하면서 원천기술을 통상무기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재권 창출과 사업화 못지 않게 보호강화도 중요한 문제로 여겨집니다만, 어떻게 보십니까.
▲지재권 보호문제는 발명인의 사기앙양과 기업체의 재산보호 및 대외적인 신용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현실은 중소기업이 우수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권리 보호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청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유사·모방·도용 상표나 상품이 속출하고 기술이 무단도용됐으며 특히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의 우수기술에 대해 특허무효심판을 제기, 기술개발 의지를 꺾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러한 풍토 때문에 중소기업의 경우 개발한 기술을 권리화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이에 따라 청에서는 중소기업체의 재산보호 및 대외적인 신용도 제고를 위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변리사와 변호사 등 지재권 침해소송 전문가로 자문법조인단을 구성, 운영중에 있습니다.
또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과 외국과의 통상마찰 해소를 위해 지재권 침해에 대한 단속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단속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에 있습니다.
-특허심사처리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단축시킨 것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습니다. 특허심사기간 단축으로 출원인들이 일찍 권리를 갖도록 하는 것도 좋지만, 일부에서는 과속심사로 거품 특허권이 양산돼 부실권리자들이 권리행사에 나설 경우 부작용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심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책은 무엇입니까.
▲그동안 심사처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심사관 1인당 처리물량을 과중하게 설정, 심사의 질적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심사처리기간 단축을 추진함과 동시에 심사관을 대폭 확충하는 한편 실용신안선등록제 도입과 우선심사대상의 확대 등 심사관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동시에 강구해 왔습니다.
심사관 1인당 처리물량을 선진국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하향조정하고 복합기술출원에 대해 다수의 심사관이 공동 심사하는 협의심사제 도입과 상설 심사평가반 설치, 새로운 전산 검색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심사의 질 향상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습니다.
-국내 전자상거래 관련 기술 특허출원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미 외국에서는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제도적·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만 국내 출원동향은 어떻습니까.
▲최근 인터넷 이용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관련 특허출원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급증하여 원천기술을 둘러싼 선발업체와 후발업체간의 분쟁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인터넷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대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특허청에서도 94년 이후부터 인터넷상 영업관련 발명이 출원되기 시작해 매년 출원건수가 증가함에 따라 98년 8월 컴퓨터 관련발명의 심사기준을 개정, 심사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부터 급증하고 있는 인터넷 관련 특허출원에 부응해 해당분야 심사인력을 대폭 증원하고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심사관을 관련 심사업무에 집중 배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분야에 대한 국내외 기술동향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심사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해 나가는 한편 신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회 활동 활성화 등을 통해 심사역량을 대폭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올해부터 특허기술거래장터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국내 특허중에는 특허기술을 등록해 놓고도 제대로 사업화되지 못하고 있는 휴면특허가 대다수입니다. 이는 기술발명가가 자신의 발명에 대해 지나친 애착을 가진 나머지 충분한 자본과 노하우 없이 스스로 사업화를 추진하는데 주된 요인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3월부터 인터넷 특허기술장터(IP-MART)를 구축, 운영하는 한편 6월부터 특허기술상설장터를 설립해 연중 특허기술 및 시제품의 전시 및 홍보, 마케팅 등을 일괄 지원토록 할 계획입니다.
또 지난해말 국회에서 통과된 기술이전촉진법에 따라 기술거래소를 설치,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전반의 개발기술이 이전·거래되고 사업화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시책을 강구해 나갈 생각입니다.
-좋은 상표가 기업을 바꾸며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국내 상표출원의 동향과 추세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IMF로 급격히 감소하던 상표출원이 지난해부터 증가추세로 돌아섰습니다. 상표출원 급증과 함께 출원 추세도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각 기업들은 인터넷 사용자 폭증으로 사이버·웹·인포·네트워크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출원이 늘고 있습니다.
소위 N세대로 불리는 신세대들의 자유분방하고 톡톡 튀는 취향에 호소하거나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스타의 이름을 응용한 상표출원이 늘고 있는 것도 한 흐름입니다.
이같은 변화추세는 상표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기업경영에서 브랜드 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선진국의 대기업에서는 특허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습니까.
▲외국 대기업의 특허관리방식은 그 회사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7년째 미국에서 특허등록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IBM사의 경우 타사로부터 공격을 방어하는 특허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비해 TI사는 축적된 자사의 기초기술을 배경으로 침해재판이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공격적인 특허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특허관리 형태는 개별기업의 기술과 사업영역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우리나라 기업의 특허관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여집니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특허법원이 오는 3월 대전으로 이전하게 되는데요, 특허청과의 연계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가능합니까.
▲특허법원 이전시 인근에 위치한 대덕연구단지와 특허청, 특허법원간에 긴밀한 상호연계체제 구축이 가능케 돼 대전이 세계적인 과학기술·특허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과학기술의 연구·개발기능과 특허청의 특허행정기능, 특허법원의 특허사법기능이 집중돼 각 기능간 삼위일체적 연계·상승효과가 기대됩니다. 또 특허관련 업무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 민원인의 편익증진은 물론 시간·비용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특허청에서 자체 개발한 KIPONET을 이용한 출원인들의 전자출원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전자출원 관련 시스템 운영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지난해 1월 개통돼 운영중인 특허넷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자랑할 만한 최첨단의 전자출원시스템입니다. 운영한 지 1년도 채 못 돼 지난해 연말에는 온라인 전자출원율이 82.4%를 기록하는 등 정착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일본과 유럽 등에서 우리 특허넷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차례 방문한 적 있으며 WIPO에서도 특허넷의 우수성을 인정, 국가의 지재권 관련 위상을 정립하는데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선진국과의 기술전쟁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지재권 전담부서의 설치가 급선무입니다만 부처간 이기주의로 지재권 정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지재권 정책의 현황을 냉정하게 진단해 주십시오.
▲지적하신 것처럼 현재 우리나라는 지재권을 특허청과 문화관광부, 농림부 등 여러 부처에서 각각 관리해 종합적이고 일관성있는 지재권 정책의 추진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입니다. 또 신지식재산권 분야 국제논의 및 통상마찰에 효과적으로 대응키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다 주관부처가 불분명해 보호공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재권 통합관리가 대통령 인수위의 100대 과제에 포함돼 국정과제로 추진됐으나 98년 관계부처간 협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국정과제에서 제외된 바 있습니다.
우리 청에서는 지난해 4월 정부조직개편시 지재권 전담부서 설치를 기획예산위원회에 건의했으나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청단위 기관으로 어려움은 있겠지만 관계부처와 협의를 계속해 최적의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정리=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