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로 부도를 냈던 오디오 업체들이 최근 속속 법정관리 체제로 돌입, 본격적인 정상화 작업에 나섬에 따라 국내 오디오 시장 활성화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아남전자와 해태전자가 각각 지난 7일과 10일 법정관리 최종 승인 및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받음에 따라 IMF한파 이후 극도로 위축됐던 이들 업체의 운신의 폭이 한층 넓어져 오디오 시장 활성화 작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올해들어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다양한 판촉활동을 마련, 오디오 수요를 IMF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오디오 업체들의 움직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 의미=아남전자와 해태전자의 법정관리 체제 돌입으로 이들 양사는 우선 금융부담이 크게 줄어 보다 원활한 자금 운용이 가능하게 됐다. 특히 아남전자는 지난 7일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 최종 승인을 받음에 따라 대규모의 주식소각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총 3600억원의 채권 중 620억원이 출자전환되고 500억원이 탕감된다. 나머지 부채는 정리계획에 따라 분할 상환하게 됨으로써 본격적인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태전자도 지난 10일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받음에 따라 모든 부채가 동결된 상태에서 오디오 사업에 한층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채권단들이 약속해 온 출자전환 및 부채탕감 등의 정상화 방안도 재차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이번 법정관리 결정으로 이들 업체의 대외적인 신인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것도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해태전자의 경우 그동안 수출주문을 미뤄온 바이어들이 이번 법정관리 개시 결정으로 수출주문을 재개, 올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오디오 시장 현황=지난해 국내 오디오 시장(카세트 제외)은 전년대비 11.8%가 늘어난 총 2500억원 규모를 형성했다. 이는 총 3600억원 규모를 형성했던 IMF 이전의 70%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지난해 97년의 80% 이상은 회복할 것이라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데다 오디오 업체들이 지난해와 달리 오디오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본격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디지털 오디오라는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고 있어 국내 오디오 시장이 IMF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체별 사업계획=해태전자(공동관리인 허진호·남기호)는 올해를 「새로운 출발의 해」로 정하고 미니컴포넌트와 하이파이컴포넌트, DVD플레이어, 홈시어터시스템 등을 포함해 총 50여개 모델의 오디오 신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또 유통채널을 할인점과 양판점 및 통신판매 등으로 확대하고 인켈음악회나 대도시 순회 음악감상회 등 다양한 판촉 이벤트도 실시함으로써 올해 오디오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1100억원이 늘어난 27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로 했다.
아남전자(법정관리인 염동일)는 최근 법정관리 최종 인가를 받아 대폭적인 부채탕감 및 출자전환이 이뤄짐에 따라 지난해 200억원에도 못미쳤던 오디오 부문 매출을 올해는 1000억원까지 대폭 늘리기로 하고 마이크로컴포넌트 및 미니컴포넌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판촉활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태광산업(대표 이호진)은 지난해 말 처음 선보인 「뮤테크」 브랜드를 전략브랜드로 집중 육성하는 등 올해 오디오 사업을 대폭 강화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총 9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태광산업은 올들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 신제품 개발력을 강화하고 올해 미니컴포넌트 및 마이크로컴포넌트와 디지털AV리시버·DVD플레이어 등 총 15개 모델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유통망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롯데전자(대표 백효용)도 올해 미니컴포넌트와 마이크로컴포넌트를 중심으로 총 13개 모델의 신제품을 출시하기로 한 데 이어 국내 오디오 시장이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최근 매출계획을 상향조정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수정해 나가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