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키워 크래커 잡는다

「크래커」 잡는 「해커」가 뛰고 있다.

양지에서 활동해 온 해커들이 음지에서 악의적인 전산망파괴 등 불법 해킹을 일삼는 해커들인 크래커를 잡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최근 잇따른 해킹 사고로 인터넷업계는 물론 공공기관, 기업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해커 출신들이 정보보호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순수 해커 출신으로 구성된 회사까지 등장해 해커와 크래커 간에 치열한 사이버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해커출신의 대표적인 인물은 김재열씨.

국내 해커 1호인 김씨는 93년 청와대 전산망에 침입,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 집행유예를 받고 대우그룹 회장 비서실에 근무했던 김씨는 98년 고졸 학력으로 기획예산처 행정사무관에 특채됐으며 최근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김씨는 현재 정부 산하기관 보안시스템 진단과 기획예산처 근거리통신망 설치에 여념이 없다.

해커들이 직접 보안업체를 차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고려대 해커 출신 6명이 차린 A3보안컨설팅과 KAIST와 포항공대 해커들이 모인 인젠은 해커 출신이 주요 핵심 기술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 이밖에 KAIST, 포항공대는 정보보호 인력을 전문으로 양성하는 학과는 물론 해커 교육을 학제 차원에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최근들어 해커 출신의 지위가 상종가를 올리고 있다.

보안솔루션 전문업체인 시큐어소프트(대표 김홍선)는 17일 조선호텔에서 그동안 자체 운영해 오던 해커스랩을 사내 벤처 1호로 독립 법인화하고 이와 관련한 사업발표회를 개최했다. 해커스랩은 시큐어소프트가 우수한 컴퓨터 실력을 가진 해커들을 전문 보안 기술자로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일종의 해커 동아리.

시큐어소프트는 해커스랩 분리와 맞춰 박형진 전무와 이정남 이사를 공동대표로 선임했으며 KAIST 해킹 동아리 「쿠스」 출신인 김창범씨를 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이정남 신임 사장은 경찰청 사이버 범죄 수사반장을 거쳐 해커스랩을 운영해 왔으며 김창범 소장은 해커 1세대로 네오와치, 유니에스코트 등 보안시스템을 개발한 국내 보안기술 선두주자.

또 KAIST 출신 보안 전문가 10명으로 보안상황 감시 및 분석팀(SWOT)을 구성할 계획이다.

앞으로 해커스랩은 해킹자유지대를 통한 해커 커뮤니티 서비스, 보안관리자 실무 프로그램과 보안인력을 위한 보안교육과 인력풀 서비스, 보안상태 원격감시와 현장점검 분석, 컨설팅 등 관제서비스, 해킹시 사고처리 및 해킹 역추적 등 사이버 탐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해커스랩 사령탑을 맡게 된 이정남 사장은 『사실 해커 가운데 불법 해킹을 일삼는 크래커는 20%도 채 되지 않으며 해커 출신만큼 해커의 생리를 정확하게 아는 집단은 드물다』며 『이들을 보안인력으로 활용하는 것도 해킹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