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 40%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재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TFT LCD 업체의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98년 대비 7.4% 상승한 37.8%에 이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러한 성장세가 지속되면 국산 TFT LCD 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올해안으로 40%선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며 이르면 2∼3년안에 일본업체를 제칠 것으로 관측된다.
◇뜨는 해 지는 해
이번 조사결과는 「뜨는」 한국업체와 「지는」 일본업체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2년 연속 세계시장 1위를 차지했으며 LG필립스LCD는 16.5%의 점유율로 전년도 5위에서 2위로 단숨에 뛰어올라 국내업체들이 1·2위를 독식했다. 또 현대전자도 2.3%의 점유율로 전년 대비 한단계 뛰어오른 12위에 오르는 등 국내업체들의 점유율 순위는 일제히 올랐다. 표참조
이에 비해 전년도 2·3·4위를 차지했던 일본의 샤프·NEC·DTI 등은 모두 5위 이하로 주저앉았다. 후지쓰와 마쓰시타 등도 1·2단계씩 내려앉았다.
일본업체 가운데 점유율이 상승한 업체는 히타치·돗토리산요 등 2개사 뿐. 특히 히타치는 무려 4단계나 건너뛰어 일본업체로서는 톱의 자리에 올랐으나 LC필립스LCD의 급성장에 밀려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성공 비결
국내업체들의 점유율 상승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미래시장을 정확히 예측한 과감한 선행투자의 결과』라고 풀이했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현대전자 등은 98년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대형제품에 대한 설비투자를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노트북컴퓨터시장에서 대화면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지난해 14.1인치 제품을 집중 공략했으며 이러한 승부수는 주효했다.
일본업체들은 달랐다. 일본업체들은 한국업체와 마찬가지로 경제위기에 직면하자 설비투자를 축소했다. 라인당 5000억원 이상 드는 설비투자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일본업체들은 지난해 눈앞의 시장을 한국업체에 고스란히 빼앗기는 고통을 맛봤다.
◇전망
당분간 한국업체의 독주가 예상된다. 선행투자로 경쟁사에 비해 원가절감 요인이 많은 데다 이미 확보한 거래선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업체들은 뒤늦게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이미 앞선 한국업체들을 뒤●기 바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업체들이 올해 40%를 웃도는 점유율로 일본업체와의 격차를 10% 안팎으로 좁힐 것이며 특히 수요가 집중될 노트북컴퓨터와 모니터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
한국이 일본을 제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2002년이나 2003년께다.
변수는 일본업체의 반격과 대만업체의 부상이다.
일본업체들은 노트북컴퓨터시장보다는 휴대형 멀티미디어기기 등 중소형 제품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해상도 제품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 한국업체의 급상승에 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대만업체들도 일본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TFT LCD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대만업체들은 2005년께 세계시장 점유율 25% 이상을 목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섰다.
특히 대만업체들은 시장진입을 위해 초반부터 가격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여 국내업체들은 자못 긴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과 대만업체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국내업체들의 상승세를 당분간 꺾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터넷과 멀티미디어시장의 활성화로 전반적인 TFT LCD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어 국내업체들의 수출확대를 가로막을 게 없다는 것이다.
IDC재팬은 지난해 TFT LCD 시장규모를 2254만개로 집계했으며 올해에는 이보다 26% 성장한 2800만개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장의 40% 이상은 국내업체들의 몫이다.
따라서 TFT LCD는 반도체에 이어 제2의 수출주력품목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업체 전문가들은 『일본업체의 반격과 대만업체의 도전을 받고 있으나 워낙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져 국내업체들의 강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낙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대만업체들이 국내업체가 아닌 일본업체의 시장만을 잠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