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을 영상데이터로 보존해 디지털 아카이브즈(Archives:기록보관소)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일본 각지에서 활발히 일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가와사키시 오카모토타로 미술관은 오카모토씨가 생전에 기증한 2000점에 가까운 작품을 모두 디지털화했다. 디지털화 작업은 각각의 작품을 포지티브필름으로 촬영한 후 스캐너로 읽어 영상데이터로 CDR에 기록하는 과정을 밝았다. 영상데이터는 최대 4000×5000도트의 비압축형식(TIFF)과 압축형식(JPEG)으로 보존되는데, 이 중 비교적 해상도가 낮은 JPEG의 영상데이터는 웹사이트(http://www.kawasaki.jp/mus/TARO/index.htm)에서 공개하고 다른 데이터는 관내의 열람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오카모토타로 미술관이 소장품의 디지털화 작업에 표본으로 삼은 것은 도쿄국립미술관의 디지털 아카이브즈다. 도교국립박물관에서는 일본 전역의 다른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앞서 94년부터 소장품의 디지털화를 추진해 왔다. 소장품이 약 9만점이나 되기 때문에 아직도 디지털화 작업이 진행중인데, 현재 약 7만2000점이 영상데이터로 제작됐고 그 중 약 2만6000점을 웹사이트(http://www.tnm.go.jp)상에서 공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담당책임자는 『전시가 어려운 작품이나 실제 작품을 보아도 알기 어려운 미세 부분 또는 뒷면을 누구든 간단히 열람할 수 있다』며 디지털영상의 또 다른 의미를 설명한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학술 목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다이닛폰인쇄는 프랑스국립미술관연합(RNM)이 소유하는 영상자료를 디지털화해 출판사 등에 제공하는 유료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RNM은 루브르를 비롯해 프랑스 주요 미술관과 연계돼 있는데 작품이 총 50만점에 이른다.
다이닛폰인쇄의 디지털영상은 웹(http://arc.mediagalaxy.ne.jp)상에서 검색해 주문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기관과 제휴해 중국 국내에 있는 약 1200개 박물관이 소장하는 방대한 문화재를 디지털화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돗판인쇄는 일본 화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아카이브즈 사업을 추진중인데, 우선은 저명 화가 10인을 대상으로 각 화가의 모든 작품을 영상데이터로 기록해 보존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건물 내부를 걸어다니는 기분으로 역사적인 건조물이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3차원 영상의 디지털 아카이브즈 사업도 벌이고 있다.
사실 디지털 아카이브즈는 다른 나라에서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게티 이미지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소유의 휴즈 등인데, 각각 수백만점 규모의 영상데이터를 웹상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미술품의 디지털 아카이브즈 사업에는 문제가 많다. 특히 번잡한 권리 처리가 골칫거리다. 작품의 제작자나 유족 등이 가진 저작권이 디지털화 후의 영상데이터에도 미치기 때문이다. 저작자 사후 50년을 넘은 작품의 경우 허락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현대 미술과 같은 새로운 작품의 경우에는 권리 처리가 간단치 않은 것이다. 오카모토타로 미술관의 경우 해상도가 높은 영상데이터는 다행히도 유족의 의향에 따라 웹에서 공개할 수 있다.
저작권 처리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소유자 자신이 영상데이터와 같은 복제품을 마음대로 할 권리를 갖지 않은 때라도 현실적으로 소유자의 협력 없이는 작품을 촬영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개인 수집가의 경우는 세금 등 개인 사정 때문에 촬영을 거부하는 일이 적지 않다.
불법복제도 문제다. 복제방지를 위해 영상 일부에 권리정보를 집어넣는 「전자투과」 기술 등이 사용되고는 있으나 100% 보장할 수 있는 것이 못된다.
디지털 아카이브즈 사업이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복제, 권리 관련 문제의 해결이 불가결하다. 그러나 인터넷 확산 속도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만개할 가능성도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