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이두박근이나 심장근육처럼 필요에 따라 수축하거나 늘어나는 인공근육이 등장할 날도 머지 않았다.
이른바 플라스틱 근육으로 불리는 인공근육으로 장차 부상자들의 근육을 만드는 것은 물론 삭막한 로봇에 살을 붙여 인조인간을 만들어낼 수 도 있다. 비록 움직이는 속도나 수축력이 현재로서는 인간의 근육에 크게 못미치지만 연구결과에 따라 특정 연예인의 표정연기를 그대로 재현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전기에너지를 기계적인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다양한 물질의 실험을 계속해왔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전기밸브나 모터다.
미국 SRI연구소의 연구팀은 인간의 이두박근이나 심장 근육을 재현할 수 있는 플라스틱 근육연구에 몰두해 최근 눈에 띄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인간은 스스로 내부에서 신경절에 전기자극을 가해 근육의 수축·이완을 조절한다. 이같은 원리를 이용, 전류에 반응해 수축하는 플라스틱을 개발해보자는 것이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필름의 위 아래에 전도성을 가진 카본 그리스로 된 전극봉을 박았다. 이 경우 전류가 흐르면 윗면이 아랫면으로 끌려가게 되는데 사이에 있는 어떤 것도 압착돼 마치 바이스처럼 작동한다.
이를테면 전압이 부드러운 플라스틱을 얇고 넓은 박판으로 찌그러뜨린다. 박판을 좀더 늘릴 수 있다면 전류가 가해질 때 플라스틱을 쉽게 확장할 수 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이 미리 변형된 상태라면 반응성이 훨씬 더 좋아 실리콘의 변형·압력·시간에 따른 반응은 자연산 근육을 능가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3M사의 제품같은 특수한 아크릴은 실리콘보다도 신장성이 우수해 미리 변형된 아크릴은 전류를 가했을 때 길이의 변형률이 3배나 된다.
연구팀은 실리콘의 선변형원리를 응용해 별도의 자석이나 진동판이 없이도 전기신호에 따라 음악을 재생하는 평면스피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플라스틱 근육이 조만간 상용화돼 현재의 펌프나 모터, 밸브, 제너레이터, 로봇 액추에이터, 잉크젯프린터, 평면 스피커 등을 개선할 수 있으며 인공심장이나 인공근육으로 활용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수축이나 인장이 가능하도록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에는 실리콘이나 앞서 말한 특수아크릴 소재 개발이 필수적이다. 만약에 관련 산업계가 마음만 먹는다면 선변형 플라스틱의 상업적인 응용은 적어도 2∼3년 안에 상품시장에 나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특히 플라스틱 근육의 선변형 원리를 응용하면 세계 각국이 추진중인 초소형비행체(마이크로 에어 비클) 분야에도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다줄것 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차갑게 느껴지는 로봇이 아닌 감정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인조인간도 만들어낼 수 있고 내성적이어서 화낼 줄 모르는 사람도 인공심장에 전기자극을 높여 얼마든지 터프가이로 변신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