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숭실대 어윤배 총장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에 간섭하지 않아야 됩니다. 규제나 제도권 안으로 이들을 편입하려는 시도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유경쟁 체제로 스스로 자생력과 성장력을 갖춰나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큰 기업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중소·벤처 기업의 신화적인 성공담이 꼬리를 물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30여년 가까이 중소·벤처 기업에 대한 학문적 업적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온 어윤배 숭실대 총장이 있다.

그는 요즘 사회적으로 중소·벤 처기업의 인식이 크게 향상되고 있음을 보면서 남다른 감회에 젖는다.

『70년대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있을 때 우연한 기회에 세계적인 선진기업들의 성공사를 연구하면서 중소기업이 사회경제의 발전과 정치적 안정에 기여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어 총장은 그때부터 중소·벤처 기업의 학문적 연구에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 숭실대 사회사업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창업론」을 저술하기도 했으며 학술지와 기관지 등에 기고하면서 중소기업의 중요성과 인식제고, 집중적인 육성을 강조해왔다.

『80년대 들어서도 정부나 사회에 중소기업의 위상이나 인식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83년 세계 최초로 숭실대가 「중소기업대학원」을 설립한 것은 어 총장이 학교측에 중소기업대학원 설립을 건의했기 때문이다.

그는 『중소기업대학원이 교육부(당시 문교부)의 설립인가를 받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평생을 중소·벤처기업연구에 몰두하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숭실대는 지난 93년 국내 처음으로 중소기업학과를 설립한 데 이어 97년에는 벤처창업학과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개설하는 등 「중소·벤처 기업」하면 이 학교를 떠올릴 정도로 국내 최고 수준이며 그 중심에는 항상 어 총장이 존재한다. 그는 97년 IBM/AS400과 정주영 창업론을 정규과목으로 개설, 학계에 놀라움과 신선함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어 총장은 21세기 숭실대는 정보과학 분야와 중소벤처분야를 두 축으로 하는 경쟁벨트를 구성, 세계 최고의 학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중소기업센터와 벤처창업기술원을 설립했으며 정보통신부와 중소기업청의 인가를 받은 창업지원센터에는 국내 대학 가운데서 가장 많은 42개 업체가 입주, 활동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중소벤처기업이 그 나라의 사회·경제적 발전의 토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출발도 거의 모두가 한 사람의 기업가가 창업한 중소벤처기업에서부터입니다.』

어 총장은 『산업혁명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술혁신을 거듭하고 산업구조를 다변화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혁신의 역할을 대기업이 아닌 중소·벤처기업들이 선도적으로 수행해왔기 때문에 선진국의 경제는 튼튼한 저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며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그의 확고한 신념을 이야기했다.

어 총장은 국내외 중소·벤처기업 정책과 법 정비 등에도 발군의 실력을 과시, 국제 중소기업학회에서 최고의 석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79년 중소기업과 관련된 최초의 법령인 「창업지원법」이 제정될 때 심의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중소기업학회 설립과 중소기업청 개청의 산파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또 세계 중소·벤처기업 학자들이 가장 선망하는 「중소기업국제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학문적 활동영역을 세계로 넓혀가고 있다.

「창조」와 「진실」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하는 어 총장은 좌우명도 「자유롭게 산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항상 푸르게 살고 있다. 중소·벤처 기업인을 만날 때가 가장 즐겁다는 그는 지난해 학내에 5억원의 기금으로 「벤처사업단」을 만들어 교수와 학생들의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기금은 5년내 100억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치적·사회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면서 번영된 생활을 누리려면 중소·벤처기업이 자유롭게 창업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어 총장은 『이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자각하고 이제부터는 중소·벤처기업 경영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