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버전<21>
『최 사장입니까?』
수화기에서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그렇다고 말하자 그는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나는 수자원의 기술부장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당신네들이 만든 PCMS와 마이크로 패널에 대한 카탈로그를 보았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내가 지금 대전 지점에 내려가는 길인데 그쪽에 와서 당신네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그렇게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구체적인 설명 없이 대전으로 내려와 달라는 그 기술부장의 말은 상당히 모호했다. 제품을 완성한 이후 상당히 많은 기업체에서 설명을 하라고 한다든지 오라고 해놓고 실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업체가 많았다. 그래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설명을 듣고 싶어하는 업체 중의 하나로 치부했다. 물론 내려갈 것을 생각했지만, 다른 일이 겹쳐서 그대로 지나쳐버렸다. 우리가 내려가지 않자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그 기술부장이라는 사람이 회사로 찾아왔다.
그는 몸집이 뚱뚱하고 작달막했다. 명함을 보니 기술부장 함영수라고 되어 있었다.
『PCMS와 마이크로 패널에 대해서 관심이 깊습니다.』
나는 회사의 윤대섭 연구실장을 불러 함께 그와 마주 앉았다.
『고맙습니다. PCMS는 자동화 운용체계입니다. 어느 곳에 맞추어도 적용이 가능한 운영 시스템 구조입니다.』
나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댐에 대해서도 관리할 수 있겠군요.』
『댐 관리를 한다고요? 어떻게 관리해 주기를 바랍니까?』
『현재 우리 자체 기술진으로 되어 있는 것이 물 수위 제어장치입니다. 물이 차면 수문이 열리고, 물이 적어지면 수문이 닫힙니다. 수동으로도 됩니다만, 그것을 자동으로 만들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수위의 변화입니다. 비가 많이 내려서 수위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데 그때 알고 수문을 열어도 수위는 계속 올라가는 것입니다. 상류 지역에 비가 많이 올 경우 일정한 시간이 지나서야 댐에 물이 고이지요.』
그의 말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핵심은 이해할 수 있었다. 댐과 하천, 댐과 댐을 연계하여 실시간에 물 관리를 원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