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프로세서(MPU)에 「기가(G)」시대 서막이 올랐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인텔(http://www.intel.com)과 이에 맞서는 어드밴스트마이크로디바이스(AMD http://www.amd.com)가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고체회로회의(ISSCC)에서 올해 안에 1㎓ 이상의 MPU를 생산, 출시할 계획이라고 잇따라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PC세계도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메가」에서 「기가」시대로 들어서게 된다.
1㎓ MPU는 초당 수십억개의 명령을 처리할 수 있다. 현재 가장 빠른 MPU로 초당 약 8억개의 명령을 처리할 수 있는 인텔의 800㎒ 펜티엄Ⅲ와 AMD의 850㎒ 애슬론 프로세서에 비해 최저 25%에서 최고 수천배나 빠른 명령처리가 가능하다.
인텔과 AMD는 지금까지의 속도경쟁과 마찬가지로 ㎓급 MPU를 둘러싸고도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ISSCC에서 인텔은 기존 MPU 모델인 펜티엄Ⅲ와 새 모델 「이타늄」을 발표하면서 펜티엄Ⅲ 1㎓ 기술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인텔은 0.18미크론 펜티엄Ⅲ(코퍼마인, Coppermine) 프로세서의 1㎓ 제품개발을 추진중이며, 올해 안에 제품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인텔의 1㎓ 제품출하 시기는 이르면 올 중반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MD는 이에 맞서 1.1㎓ 애슬론 제품을 공개하며 1㎓ 칩 생산경쟁에 불을 지폈다. 특히 AMD는 시연회까지 가지면서 독일의 드레스덴 공장에서 제조한 1.1㎓ 애슬론 칩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AMD는 이 자리에서 자사의 750 칩세트를 장착한 베어 상태의 시스템에서 1.1㎓ 애슬론이 얼마나 빨리 작동하는지를 소개했다.
AMD의 1.1㎓ 애슬론은 구리배선기술을 이용해 제조한 것으로 풀스피드로 동작하는 L2캐시를 내장하고 있다.
이번 ISSCC에서는 인텔과 AMD 이외에 IBM(http://www.ibm.com)도 모토로라(http://www.motorola.com), 애플컴퓨터(http://www.apple.com) 등과 공동 개발한 64비트 MPU 「파워PC」의 1㎓ 버전을 올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혀 조만간 「컴퓨터 칩의 기가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인텔과 AMD간의 ㎓ 경쟁은 미국 팜스프링스에서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인텔의 개발포럼(IDF)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인텔은 이 포럼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처리속도를 지닌 「윌라멧」 1.5㎓ 칩을 선보였다. 인텔은 차세대 32비트 MPU인 윌라멧에 대해 업무용 및 일반 수요자에게 일대 혁신을 가져다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윌라멧 1.5㎓는 「하이퍼파이프라인드」라는 새로운 디자인기술을 채용했고 올 가을쯤 본격 제품화될 계획이다.
사실 인텔은 이전부터 수탁생산업체에 올해 연말 성수기를 겨냥해 윌라멧 데스크톱을 출시할 수 있도록 윌라멧 1.5㎓ 칩과 칩세트를 공급한다고 통지해왔다. 이에 따라 이 윌라멧을 탑재한 PC가 늦어도 올 연말에는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AMD는 IDF가 열리는 바로 옆 장소에서 1.1㎓ 애슬론 칩 시연회를 갖는 등 자사 고성능 칩에 대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인텔에 맞서고 있다.
AMD는 이 1.1㎓ 애슬론 칩을 인텔보다 한발앞서 2·4분기중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이 회사는 인텔이 펜티엄 프로세서인 「셀러론」을 내놓기 전인 지난 98년 이전 수준으로 양사의 역학구도를 돌려놓을 방침이다.
한편 인텔과 AMD간에 벌어지고 있는 고속화 경쟁을 배경으로 칩 성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대에까지 이른 것에 대해 관련업계는 찬반 양론으로 갈라져 있다.
한편에는 이들 두 업체간 과열양상을 보이는 칩 경쟁이 일반 수요자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론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 등으로 고성능 칩 개발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CEO는 IDF에서 『1.5㎓를 훨씬 능가하는 새로운 칩 개발도 앞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말해 인텔과 AMD간의 속도경쟁에 대한 비판을 일축했다.
양사의 칩 경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조만간 일반 수요자는 업무 및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에서 최고의 성능을 지닌 칩을 제공받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극장 수준의 비주얼 이미지, 풍부한 오디오를 경험하는 것은 물론 보다 향상된 인터넷세계를 체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