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버전<22>
『실시간 물 관리를 원하시는 모양인데 어느 한 개 댐에 국한해서 하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댐과 댐을 연계시켜야 하기 때문이지요. 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 댐이 전국에 몇 개 있습니까?』
『열여섯개입니다.』
『그 모든 댐을 하나로 묶어서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그런 시도를 하셨나요?』
『했지요. 자체 기술진에서도 개발해 보았고, 다른 곳에도 맡겨 보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개발했다는 PCMS 카탈로그를 보니까 이것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의논을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다른 업체에서 개발을 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말을 듣자 약간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댐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확인된 다음 이야기를 진행시키려고 꼬리를 사렸다.
『댐의 물 관리 시스템은 우리도 처음이라서 검토한 후에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우리는 시간이 없는데요. 겨울에 일을 시작해야지 다음 해 여름에 홍수를 막을 것입니다.』
『준비가 간단치 않을 것입니다.』
『일단 올해 안으로 계약을 맺읍시다.』
올해 안이라면 한 달 정도 남았다. 당장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자세한 검토를 하기에 앞서 일에 대한 욕심 때문에 계약을 하였다. 더구나 터무니없이 아주 싼 가격인 2억8000만원에 계약을 했는데, 실제는 7억원이 소요되어 상당한 손해를 보았다. 나중에는 하드웨어 분야를 따로 분리해서 30억원에 계약을 했고, 뒤이어 인공위성 사업을 추가해서 24억원에 계약을 했다. 그러나 실제 이 사업에서 남은 것은 없이 적자를 보았다.
적자를 보았으나 약 3년에 걸쳐 연구하고 새롭게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실시간 물 관리 시스템의 완벽한 버전을 만들어 내었다.
나는 처음에 공장을 관리하듯이 단순하게 생각했다. 또는 상수도나 하수도 시설을 관리하는 데서 그 범위가 좀 넓어지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댐의 관리는 완전히 다른 스케일이었다. 특히 홍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댐 상류의 수십킬로미터 지방에 우량계와 수위계를 설치해야 했고, 그곳에서 비가 오는 양을 파악한 후에 그 비가 모여서 댐으로 들어오는 수량을 알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