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영하의 추운 날씨가 조금 누그러진 한낮. 소금기를 담은 바람에 옷깃을 살포시 여미기도 했지만 내리쬐는 햇살만큼은 공단의 열기와 섞여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누그러진 날씨만큼이나 인천항에 근접한 남동공단의 경기도 IMF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
금속분말과 코어를 생산하는 창성의 박재열 이사는 『IMF바람이 휘몰아치던 98년에는 입주업체의 절반정도가 부도 등으로 인해 정상가동이 불가능한 정도였다』며 『영세 중소기업이 특히 많은 남동공단의 당시 분위기는 암울함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99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스테핑모터 전문업체인 모아텍의 김상욱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화물차와 출퇴근 차량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보면 경기가 회복됐음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김 부사장은 『부설연구소 확장을 위해 지난 1월 산단공이 실시한 제2단지의 토지 분양신청을 했으나 신청업체들의 경쟁률이 높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며 『임시로 3층건물을 증축해 연구소로 활용해야 할 것 같다』며 되살아난 공단경기의 한 단면을 말한다.
공장용지, 공장매물과 함께 임대공장 물량도 크게 부족한 상태다. 최근 대지 500평 건평 300평짜리 공장이 6억50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98년에 3억5000만∼4억원으로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크게 높아진 것이다.
공단의 활기에 찬 모습은 2단지에 위치한 남동공단 산업용품 상가에서 느낄 수 있다. 98년에는 썰렁했던 이곳이 지금은 각종 공구·기자재 등을 구입하려는 업체직원들로 차량을 댈 곳이 부족할 정도로 붐비고 있다.
실제로 산업단지공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재 3055개 입주업체 가운데 97%가 넘는 2944개사가 정상가동중이며 가동률도 81.5%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68.2%의 가동률에 비교해볼 때 IMF 이전수준을 완전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장 가동률이 높아짐에 따라 생산현장에서 일손도 크게 달리고 있다. 기어드모터 생산업체인 SPG 현창수 부장은 『야간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10일정도 수출물량이 밀린 상태』라며 『이동이 잦은 생산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체 생산인력의 20∼30%를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할 정도다.
인천 남동공단은 완성차 생산 증가에 따른 관련 부품업체의 호조와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에 따른 기계업종의 매출증가, 전자·정보통신부문의 호조, 경기회복에 따른 가동업체의 증가 등으로 생산과 수출이 증가하고 있어 올 1·4분기 생산과 수출은 지난해 4·4분기 대비 2.6% 증가한 1조6470억원과 2.5% 증가한 2억90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공장에서 내뿜는 열기만큼이나 남동 톨게이트 설치건을 놓고 시끄러웠다. 한국도로공사가 서해안고속도로 남동인터체인지 확장공사를 하면서 남촌동 일대에 남동톨게이트를 설치하려 하기 때문.
남동공단은 서해안고속도로와 제1·2경인고속도로, 수인산업도로 등과 연계돼 있어 물류소통이 매우 원활하다. 최근에는 남동공단과 부평, 계산동을 잇는 인천지하철 1호선이 개통돼 교통이 더욱 편리해졌으며 2001년 인천 남항이 준공될 예정이다. 더구나 2004년께 완료되는 인천 연수동과 시흥시 정왕동 사이의 수인선구간 전철화로 인천에서 안산·시흥방면의 교통편의는 물론 남동공단과 시화공단의 화물운송에도 큰 도움이 되는 등 입지여건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상황에서 톨게이트가 생기면 교통혼잡을 불러일으켜 이같은 입지조건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
입주업체들의 총무부장 협의체인 남동총무회의 한 관계자는 『톨게이트 설치로 인해 입주업체의 물류비용 증가 등 금전적 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교통혼잡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막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톨게이트 설치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현재 남동총무회는 관계당국과 한국도로공사에 남동톨게이트 설치계획 전면철회를 요구하며 입주업체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톨게이트 설치건을 놓고 공단이 시끄러워지고 있다.
공단이 조성된 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면서 남동공단도 많이 변했다. 91년 이래 10년동안 남동공단을 지켜본 창성의 박재열 이사는 『중소기업조차 외형성장에 급급하던 초창기와는 달리 IMF 이후 입주업체들이 부채비율을 줄이고 시설자동화 등으로 직원의 소수정예화로 나가는 등 질적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며 『특히 품질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절박한 상황인식 아래 제품품질 향상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며 제조업계의 달라진 모습을 전한다.
또한 남동공단에는 여성기업인이 운영하는 기업체의 입주가 한결 쉬워지게 됐다. 인천중소기업청은 2단지 141블록 주변 1만여평을 올하반기부터 여성기업인협동화사업장으로 조성, 여성기업인이 운영하는 15개 업체를 입주시킬 예정이다. 토지매입비의 70%까지 저리융자금을 지원하는 등 입주기업의 부담도 덜어줄 계획이다.
그러나 남동공단도 여타 공단처럼 출·퇴근 교통체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단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출퇴근시간 때 특히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공단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30분 이상 기다릴 정도』라며 교통체증의 심각성을 말한다. 이러한 체증현상은 곧장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품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인천시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인터체인지 입체로와 추가설치 등으로 남동공단의 교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이제 남동공단은 되살아난 입주업체들의 생산 활기와 함께 새로운 꿈에 젖어 있다. 현재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 송도밸리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장기적으로 첨단산업기지로의 변신도 기대하고 있다.
<이효원기자 etlov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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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폐염전지대였던 인천 남동공단 일대가 20년이 지난 오늘날 중소기업 전문단지로 변해 3000여개의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