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교수 (성균관대학교 전기전자 및 컴퓨터공학부)
연로하신 친척분으로부터 상당히 심각한 표정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인터넷이 무슨 뜻인가?』 일제때라곤 하지만 고등교육까지 받으신 분께서 우리에게는 평범한 단어로 여겨지는 「인터넷」을 모르시다니. 「정보소외계층」이라는 어휘가 강하게 몰아치던 순간이었다.
한국의 인터넷인구가 지난해 말 10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말이면 적어도 1800만명은 돌파할 전망이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IMT2000 사업자의 활동이 개시되면 이 인구는 훨씬 많아질 것이며 산업·경제·문화·교육 전분야에 인터넷이 주인공으로 등장할 것이다. 인터넷은 다방면에서 여러가지 기회를 제공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터넷의 혜택이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는 것일까. 인터넷의 영향으로 인해 소외집단이 생겨나지는 않을까. 지금쯤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생겨난, 혹은 앞으로 생겨날 정보 불평등의 해소문제는 완전한 정보국가를 실현하는 데 마지막 장애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불평등은 일반적으로 지역간·계층간·세대간 불평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지역간 불평등은 지역적인 여건으로 인해 인터넷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집단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이들은 주로 농촌, 어촌, 혹은 산간지역의 집단이 주가 될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인프라의 구축은 인구밀도가 높은 곳, 즉 도시에서 많은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 서울이 미국 등에 비해 무선통신이 발달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높은 인구밀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인구밀도가 낮은 농어촌지역은 정보화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계층간 불평등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간에 일어나는 인터넷 혜택의 격차를 말한다. 미국 상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연평균 소득이 높은 가정의 인터넷 이용률과 PC 보급률은 연평균 소득이 낮은 가정보다 각각 20배와 9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추정하건대, 우리나라의 계층간 정보격차는 이보다 심각할 것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재정상태에 따라 인터넷에 연결된 시스템의 수가 천차만별(6000대 이상부터 1000대 미만까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것이 세대간 정보 불평등이라 생각한다. 특히 연령층이 높은 사람에게 정보화의 위협은 점점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가 되면 이러한 현상은 불평등의 정도를 넘어 정보소외집단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완전 정보화사회에서 정보소외집단은 심하게는 생존권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이러한 정보 불평등의 정도가 과도기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 불평등의 격차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어떻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얼마 전 대통령은 『돈을 많이 번 기업이 빈곤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세금추적을 통해 부의 균등배분을 이루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 이상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강제성 사업을 해서도 안될 것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한 처음 한 사발의 역할로 충분하다.
이보다는 민간의 자율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하의 모든 물을 끌어올리는 역할은 「우리」라는 공동체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는 비대해지고 일부는 한없이 작아지다가 결국은 균열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어느 누구도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인터넷의 혜택을 먼저 받은 지식층 또는 기업이 그 혜택의 일부를 자원봉사 형식으로 정보소외계층에 환원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운동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야 할 것이다. 실질적인 사업으로 「실버 인터넷 운동」을 제안한다. 인터넷 문화를 경험할 틈도 없이 은퇴한 분들에게 인터넷을 교육함으로써 정보 불평등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사업이 될 것이다. 특히, 정부 주도의 사업이 아닌 민간 주도의 사업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운동의 시작이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정보 불평등을 해소하고 소외계급을 최소화하여 「정보정의사회」를 구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